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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에 이어 ‘과태료폭탄’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6.08.01 | |
올해부터 부동산 매매 시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한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률에 의하면 부동산 거래가액을 허위로 신고한 당사자는 취득세의 3배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이중계약서를 작성한 공인중개사는 등록취소 또는 6개월 이내의 자격정지를 받게 돼 있다.
예컨대 A가 B에게 실제 15억원에 아파트를 넘기고 매매가액을 12억원으로 신고한 경우 매도인 A와 매수인 B는 취득세 2250만원(15억원×1.5%)의 3배에 달하는 6750만원을 과태료로 각각 내야 한다. 그리고 이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거래가격 허위신고에 가담한 경우 675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하고 이중계약서를 작성했다면 등록취소 또는 6개월 이내의 자격정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 거래가액 허위신고에 대한 벌칙이 대폭 강화됨에 따라 지난해까지 관행으로 이뤄져 온 다운계약서 작성이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실거래가를 부동산 관련 세금부과와 부동산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등 조세의 공평성과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와는 달리 국민은 과태료폭탄을 떠안게 돼 있다. 과소 신고한 금액을 기준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가액 전체를 과태료 부과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는 과잉규제에 해당하고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실거래가가 15억원이고 과소 신고한 금액이 3억원인 경우 과소 신고한 3억원에 해당하는 과태료 1350만원(3억원×1.5%×3배)이 불성실신고에 대한 처벌 금액으로 적정하다. 그런데 현행 규정은 신고한 금액 12억원까지 과태료 계산에 포함해 적정한 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6750만원(15억원×1.5%×3배)을 과태료로 물린다. 매도인․매수인과 중개인이 3억원을 허위 신고하는 데 관련된 경우 1인당 6750만원, 총 2억250만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는 합리적 근거 없이 국민에게 ‘세금폭탄’에 이어 ‘과태료폭탄’을 안기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부동산 실거래가를 파악해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겹겹이 마련해 놓았다. 시․군․구청에 실거래가 신고, 신고한 거래가격을 부동산등기부에 기재, 성실신고 여부를 실거래가 관리시스템에 의해 검증, 거래가격 신고와 관리 자료의 과세자료 활용 등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소득세법(동법 시행령 제169조 제1호 '라' 목 및 '마'목, 제173조 제1항 제1호)은 양도인이 양도소득세 신고시 이미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실거래가 신고서류가 아닌 별도의 실거래가 확인용 서류를 제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즉, 양도인이 제출하는 양도세신고서에 ‘양수자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매매계약서 사본’과 ‘양수자의 인감증명서’ 첨부를 요구한다. 양도세 신고서류에 양수인의 실거래가 확인서류를 첨부할 것을 규정한 소득세법은 선행 법(先行 法)인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및 등기부기재를 규정한 법과 중복된다. 이는 같은 사안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중으로 국민의 경제활동을 규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득세법에서 실거래가 확인용 서류를 별도로 요구한다 해서 이미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서 시․군․구에 공동으로 신고하고 등기부에 기재한 거래가격 이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별다른 행정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국민 부담만 가중시킨다. 우리나라는 국민 재산의 83%가 부동산이기 때문에 부동산관련 제도는 대다수 국민의 권익과 직결된다. 부동산관련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의 부담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배려는 더욱 중요하다. 그러므로 부동산 거래가격을 허위로 신고한 경우의 과태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낮추고, 매도인이 부동산 양도세를 신고할 때 제출해야 하는 실거래가 확인용 서류를 ‘시․군․구에 신고한 계약서 사본’과 ‘거래신고필증’으로 가름하는 등 실거래가 신고의 실효성을 거두면서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 2006.8.1.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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