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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와 포퓰리즘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6.02.21 | |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세금을 더 거둘 것을 제안했다. 이것이 증세(增稅)논란으로 이어지자 노 대통령은 며칠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장 증세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한 발짝 물러섰다. 이런 가운데 재경부는 최근까지 세대원이 1인내지 2인인 가구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 폐지를 비롯한 증세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증세방안은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세금과 나라 빚으로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법은 이미 여러 복지 선진국에서 실패한 정책이다. 독일, 영국 등 재정에서 복지지출이 높은 나라들은 저성장, 고실업에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소위 ‘유럽병’이다. 이제 이들 나라도 ‘큰 정부’로는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재정규모와 공무원 수를 줄이는 ‘작은 정부’로 빠르게 돌아서고 있다. 정부 역할을 줄이고 민간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작은 정부’, 이것이 세계적 추세다. 정부가 양극화 해소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한가지만은 분명히 해야 한다. 복지정책에 사회주의적 평등주의를 빼는 것이다. 특히 양극화 해소를 ‘포퓰리즘(populism)’으로 접근해선 성공할 수 없다. 그 대표적 사례를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에서 찾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52) 대통령은 지난 98년 당선이후 선거를 통해 70%의 지지율로 장기집권하고 있다. 그가 거둔 성공의 요채는 사회 양극화를 이용한 포퓰리즘이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의 빈곤층은 차베스 집권기간 중 인구의 54%에서 60%로 늘어났다. 여기에다 40%의 국내 기업이 문을 닫고 해외로 빠져 나가는 국부유출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부자로부터 세금을 거둬 가난한 자를 도와주는 ‘편 가르기식 포퓰리즘’의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하에서 시혜적(施惠的) 복지정책은 누가 봐도 도와 줘야할 사람으로 한정해야 한다. 예컨대 중증장애우,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근로능력이 없는 층이다. 이들을 국가가 책임진다 해서 어느 누가 반대하겠는가? 현재 이들은 기초생활보장법으로 지원받고 있는데 지원해야 할 대상자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오히려 지원 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는 세금을 더 거두려 하기 전에 부실화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민연금 등 기존 복지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개혁하는 것이 먼저다. 다음으로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정부가 세금을 거둬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도 이미 경험했고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 90년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나라 빚만 늘리고 경제회복에 실패했다. 정부주도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기업이 투자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 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양극화 해소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다. 정부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거둬야한다면서 부자와 기업을 불안하게 할 게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힘쓰기 바란다. 양극화는 경제가 침체되면 심화되고 회복되면 완화된다. 이것은 지니(GINI)계수를 비롯한 각종 통계자료에서 증명됐다. 또 경제가 잘 되면 양극화 해소에 쓸 수 있는 세금과 기부가 늘어난다. 부자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 가난한 자를 도와주는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포퓰리즘식 양극화 해소 정책’을 쓰는 나라의 국민과 경제는 미래가 없다. 정부는 양극화 피해자에게 일시적으로 잡은 고기를 나눠줄 게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 이것이 근본적인 양극화 해소 정책이다. 예컨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술개발 등을 지원하고, 중산서민층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 /2006. 2. 21.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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