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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심판원의 존재 의미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5.12.13 | |
‘국세심판원이 뭐하는 곳인가’, 요즘 들어 재정경제부 산하 국세심판원의 국세심판청구사건 처리에 대한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납세자와 세무대리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국세심판원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함에 따라 납세자와 세무대리인들의 불만은 국세심판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납세자와 세무대리인들의 국세심판원에 대한 불만은 현 이종규 국세심판원장이 취임한 이후 처리한 국세심판사건 중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인용비율이 20%대로 낮아진 것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세심판사건 처리에 있어 인용비율 20%대는 지난 5년간 평균 인용비율 35.8%에 비해 급격하게 낮아진 수치다. 이에 대해 납세자와 세무대리인들은 국세심판원이 납세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려하지 않고, 되도록 과세관청의 당초처분을 유지하려는 자세가 인용비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국세심판원의 운영 행태가 수차례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한국세무사회 임향순 회장은 지난 9월 중순 이종규 원장을 방문해 “최근 심판청구 인용비율이 예년에 비해 급격히 낮아진 것에 대해 회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며 국세심판사건의 신중한 처리를 요청했다. 그리고 올해 국회 재경위의 국세심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국세심판사건의 인용비율이 급격하게 낮아진 이유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또 조세전문신문에서도 국세심판원장의 기관운영 자세에 대한 문제점이 여러 차례 지적됐다. 국세심판제도가 왜 있는가? 국세관련 행정기관이 세금부과에 있어 자기통제 및 자기반성의 기회를 갖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것은 국세심판원의 존재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국세심판원이 세금부과에 잘못이 없도록 과세관청을 통제하고 반성할 생각은 않고,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를 찾아내는데 몰두한다면 국민은 국세심판원의 존재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예컨대 사건관련 금융자료가 없으면 무조건 기각한다든지, 납세자 주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기각사유만 찾는다든지, 납세자의 현장 확인 요구를 무시하고 서류 검토만으로 기각하는 등 납세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안일하고 무성의한 사건처리가 국세심판원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관련기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세가 잘못 부과됐다면서 납세자가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한 건수가 199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도보다 줄어들었다. 납세자의 권리구제의식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국세심판청구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이례적이다. 최근 국세심판원의 인용비율 하락과 연관된 현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최근 납세자와 세무대리인들 사이에 국세불복청구기관으로 국세청을 선호하고 국세심판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요자인 국민이 등 돌리는 기관은 설 자리가 좁아지게 마련이고 궁극적으로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 목민심서 형전(刑典) 6조에 의하면 “목민관(牧民官)이 송사(訟事)를 처리할 때는 성의를 다하여 세밀히 조사하고 원고와 피고 쌍방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두 번 다시 소송을 하는 일이 없도록 판결에 신중을 기하라”고 말하고 있다. 또 “원고나 피고 쌍방에 있어서 어느 한쪽의 말을 편파적으로 믿어서는 안 되며, 모든 송사의 처리는 지극히 공정하여 털끝만큼도 납득되지 않는 점이 없도록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세금관련 송사를 처리하는 국세심판원이 조선시대 목민관이 송사를 처리하면서 지켰던 위와 같은 원칙들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억울한 세금으로 고통 받는 납세자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게 국세심판원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납세자권리구제에 국세심판원의 존재 의미가 있다. 국세심판원은 심판청구사건이 잘못 처리됐을 경우 법원까지 지루하게 이어질 정신적․금전적 고통으로 납세자가 흘리게 될 눈물을 생각하면서 심판사건 처리에 좀더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2005. 12. 13.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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