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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유리지갑 더 얇게 하려는가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5.11.26 | |
내년 정부 세입예산에서 근로소득세는 올해 예산대비 26%, 추정 징수실적대비 12.4%가 늘어나는 반면에 자영업자들이 주로 부담하는 종합소득세는 오히려 7.6% 줄어드는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근로자 수(數)가 늘어나고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근로소득세가 자연적으로 늘어난 것이지 인위적으로 징수를 강화해서 늘어난 것이 아니라며 해명하고 나섰다.
첫째, 근로자의 세 부담에 관한 논란은 정부가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예산대비 근로소득세 초과징수액은 2001년에 2조1434억원(38.7%), 2004년에 1조5619억원(18.9%) 등 최근 4년 동안만도 4조4756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전체 세수는 4조6000억원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데 유독 근로소득세는 1조1564억원(12.1%) 정도 더 거둬들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가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근로자로부터 과중한 세금을 거둬 곳간을 채운 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게 돼 있는 상황이다. 둘째, 정부의 근로소득세 경감정책이 생색내기에 불과했던 게 근로자 세 부담이 과중하게 된 근본 원인이다. 정부는 근로소득세를 경감한다면서 주로 소득공제확대정책을 써 왔다. 소득공제는 공제요건에 해당돼야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세 감면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교육비공제는 학생이 있는 근로자만, 장애인공제는 장애인이 있는 근로자라야 공제혜택을 받는다. 이와 같은 소득공제확대정책이 근로자의 세금을 낮추는데 별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근로소득세가 대폭 늘어났다. 또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과세미달자를 양산(量産)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셋째, 물가를 감안하지 않은 명목소득에 높은 세율을 적용한 것도 근로소득세가 늘어난 이유다. 정부는 세율을 적용해 근로소득세를 산출하는 과세표준 구간을 1996년에 상향 조정한 뒤 현재까지 9년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996년부터 올 8월까지 명목임금상승률은 68.5%다. 그러나 소비자물가를 감안한 실질임금상승률은 34.2% 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명목소득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겨왔다. 예컨대 1996년에 과세표준이 3000만원이라서 20%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던 근로자가 2005년에 연봉이 올라 과세표준이 5000만원이 된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물가상승률을 감안 소득세 과세표준구간을 상향 조정하면 18%의 낮은 세율이 적용돼 세 부담의 적정을 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정부가 9년 동안 과세표준구간을 그대로 두면 명목소득에 27%의 높은 세율이 적용돼 세금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소득세 최고세율(35%)이 적용된 근로자가 1996년 7천명(0.1%)에서 2003년 31천명(0.5%))으로 대폭 늘어난 것도 과세표준 구간을 장기간 그대로 뒀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근로자가 낼 세금에서 차감해 주는 근로소득공제는 연 50만원으로 제한하면서 자영업자가 낼 세금에서 차감해 주는 세액공제는 한도액을 두지 않고 있다. 근로자와 자영업자간 세액공제 차별도 근로자의 세 부담을 무겁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근로자의 소득이 ‘유리알’처럼 드러나는데다 물가상승, 연봉제 실시 등 경제상황 변화마저 세금계산에 반영하지 않으면 근로자의 ‘유리지갑’은 더 얇아질 수밖에 없다. 납세자간 세 부담의 공평은 세제와 세정 운영의 기본 가치다. 정부가 근로자의 세 부담이 과중하다는 논란을 덮으려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 정부는 근로소득세가 사업소득세 등 다른 세금보다 과중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근로자에게 적정한 세금을 매길 수 있는 정책 시행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미뤄온 각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구간 상향 조정, 물가연동 소득세제 도입, 근로소득 세액공제 확대 등이 그것이다. 더불어 자영업자 소득을 현실화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근로자와 자영업자간 세 부담 불공평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 2005. 11. 25. 동아일보,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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