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
---|---|---|---|
정부주도의 수요확대정책이 남긴 것들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5.10.11 | |
국민의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 확대정책을 동원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신용카드시장은 작년 말 현재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소유 4.2장, 가맹점 500만 곳, 매출액이 약 500조원에 이를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정부의 2001~2002년 신용카드 사용 확대정책은 소비증가로 이어졌고 건설경기와 함께 경제의 호황을 이끌었다.
정부가 무리하게 카드사용을 확대해 호황을 누린 결과는 카드사 부실과 신용불량자 360만 명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신용카드 사용 확대정책에 편승해 빚을 얻거나 소득을 감안하지 않고 소비에 나선 국민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오늘날 경기를 회복하는데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제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개선되고 신용불량자가 어느 정도 정리돼야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수년 동안 우리 국민은 정부와 일부 신용카드사 그리고 모럴 해저드(moral hazard)에 빠진 카드사용자들이 남긴 고통에 시달리게 돼 있다. 그동안 신용카드 사용 확대에 발 벗고 나섰던 세제와 세정 당국은 이제 신용카드 사용자에 대한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선회를 했다. 가맹점의 신용카드 매출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지난해부터 1%(종전 2%)로 낮췄고, 내년부터 근로소득자에 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20%에서 15%로 줄이는 법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불황에 세금과 카드수수료 부담을 견디다 못해 올 들어 음식점 15만 곳 등 주로 카드 사용으로 매출이 드러나는 중소기업이 문을 닫고 있다. 그동안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세수증대가 주로 중소기업 덕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을 벼랑으로 내 몰수 없지 않는가. 카드사용으로 세(稅)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와 세정차원의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현재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고 있는 수수료 3%만 해도 가맹점의 이익률과 맞먹는다. 이러한 수익구조에서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인상하면 가맹점은 인상된 수수료를 고스란히 상품가격에 포함시킬 것이다. 이는 소비자물가를 부추겨 서민가계를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카드수수료 인상은 과거와 같이 소비자 입장은 배제한 채 카드사 입지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 카드사는 정부의 카드 사용 확대정책으로 벌어드린 이익으로 계열사를 불법 지원하거나 임직원의 배를 불리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한 사실이 없는지 반성하고 경영합리화로 수수료 인상요인을 자체 흡수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도리다. 한편 국민의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무리하게 신용카드사용을 확대한 정책은 재정지출 확대 등 정부주도의 일시적인 수요확대정책으로는 경기를 살릴 수 없고, 오히려 기업과 가계 그리고 정부의 부채만 늘린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경기부양정책으로 동원한 카드사용 확대정책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士)로 삼아야 한다. 참여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적자국채를 발행해 마련한 재원으로 수요를 확대하는 것과 같은 인위적인 수요확대정책을 동원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기업이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내수와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기업을 지원하는 공급확대정책에 있다. 기업이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가 잘 팔리면 투자가 늘면서 일자리가 생기고, 이에 따라 가계소득과 소비가 늘어난다. 이것이 바로 경제의 선순환(善循環) 구조다.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어야 할 주체는 어디까지나 기업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규제개혁, 반(反) 기업정서 해소, 기술과 인력 개발에 재정지원 확대 등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는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이 후유증 없이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 2005. 10. 10. 한국세정신문, 칼럼 |
- 이전글바람직한 세제개혁의 방향 1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