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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 운영, 발상을 바꿔라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5.10.07 | |
불황으로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데도 정부는 복지지출과 대규모 국책사업을 중심으로 쓸 돈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다 조직을 확대하고 공무원 수를 늘려 씀씀이를 키우고 있다. 세수(稅收)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정부가 씀씀이를 늘리면 적자국채를 발행해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결국 국가채무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파행적 재정운영이 되풀이되면 가계와 기업재정은 물론 나라살림도 주름살이 깊어진다. 이제 나라살림 운영에 발상(發想)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세수추계를 정확히 하고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에 경제가 5% 성장한다는 막연한 낙관론으로 세수를 추계했다. 그러나 올해 실제 성장률이 3.8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 스스로 올해는 4조6000억원, 내년에는 7조8000억원의 세수부족액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로 세수부족액을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적자국채 규모가 올해는 9조8000억원, 내년에는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도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2000~2004년에 연 2조원 내외에 불과했으나 세수부족액이 커진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9조원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로써 올해 국가채무 규모는 250조원대로 늘어나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의 30%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채무도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할 몫이다. 정부가 낙관적으로 세수목표를 부풀린 폐해를 애꿎은 국민이 떠안는 것이다. 둘째, 정부가 부풀린 세수부족액을 땜질식 세법개정으로 근로자와 서민을 쥐어짜서 메우려하거나 세무조사 강화로 대응해선 안 된다. 장기간 불황여파로 근로자와 서민의 세(稅) 부담 능력은 이미 한계에 와 있다. 이는 ‘올해 2․4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IMF이후 최저인 제로(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내용과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인 532조원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득은 줄어들고 빚을 갚는데 허리가 휘고 있는 것이 서민가계의 현실이다. 세무조사로 들어오는 세수는 많아야 5% 수준이고, 나머지 95%는 납세자가 자진 납부하는 금액이다. 세무조사의 속성은 민간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큰데 비해 세수효과는 미미하다. 세무조사 본연의 목적은 재벌의 세금 없는 부(富) 이전, 음성불로소득 등에 대한 조사로 공평과세를 이루는 데 있다. 그러므로 세수확보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셋째, 정부 스스로 선심성․낭비성 예산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세금은 가계와 기업이 쓸 돈을 정부로 가져오는 것이다. 받아들이고 쓰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또 정치논리가 끼어들어 비효율적으로 쓰이거나 낭비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례만 봐도 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의 혈세를 정부가 낭비하면 위축된 민간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국회는 예결위를 상설기구로 전환하는 등 예산심의 기능을 강화해 예산편성과 집행에 낭비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주기 바란다. 역사적으로 봐도 과도하게 세금을 거두고 불필요하게 민간경제를 통제한 정부가 성공한 예는 드물다.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 몰락이 단적인 예가 아닌가. 또 일본은 1990년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었지만 경제회복에 실패했고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다. 현재 우리나라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IMF이후 재정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으나 경제는 회복되지 않았고 잠재성장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또 일자리는 줄고 국민소득은 8년째 제 자리 걸음이다. 이제 정부는 재정운영에 있어 불요불급한 지출을 억제하면서, 내수를 살리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감세정책을 실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이 투자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출자총액제한제, 수도권공장총량제 등 규제를 완화해 기업 활동에 최대한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이것이 경제를 살리고 무리 없이 세수를 확보하는 길이다. / 2005. 10. 7. 중앙일보, 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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