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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부동산대책과 학습효과 박상근 경영학박사 05.09.26
학습효과(學習效果, learning by doing), 1988년 짐머맨(M. Zimmerman)이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자의 건설 경험이 누적될수록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축적된다는 연구 결과로 주목받게 된 이론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일을 오래하면 할수록 경험을 바탕으로 일 처리에 노하우가 생기게 된다는 학습효과의 존재는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이론이다.

8.31 부동산대책이전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세제강화를 위주로 한 수요억제정책이었다. 이러한 수요억제 정책은 올해 초 판교 발(發) 중대형아파트 공급부족과 맞물리면서 강남과 분당권 중대형아파트 가격을 폭등시킨 원인이 됐다. 세금을 강화해 수요를 억제하고자 하는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은 장기적으로 공급부족을 불러 집값을 폭등시킨다는 학습효과를 우리에게 주었다.

정부가 8.31 부동산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당초에는 세금강화 쪽으로만 가다가 막바지에 송파신도시 건설을 비롯한 공급대책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 금융정책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8.31 대책은 그동안의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세제와 공급, 금융을 잘 조화시킨 성공적인 대책으로 평가받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정부가 그렇게 자신하던 8.31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휘청거리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0만평 규모의 신도시가 들어 설 송파 발(發) 투기 재발(再發)과 집값 급등이다. 국세청은 서둘러 투기특별조사반을 송파지역에 투입해 세무조사에 나섰고, 건교부는 지난 5일 송파신도시 예정지역 일대를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고질적인 늑장 대응을 되풀이 하고 있다.

정부 방침대로 송파신도시 예정지역에 투기기 잡히면 뒤늦게 송파지역에 뛰어든 사람들이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이 중에는 선량한 피해자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개발계획을 발표하면 주변지역에 투기꾼들이 몰려든다는 사실은 과거의 학습효과로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전에 토지거래신고지역 지정 등 최소한의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가 왜 뒷북정책으로 선량한 피해자를 만들어 내는가?

정부가 학습효과를 무시하는 정책은 또 있다. 건교부는 “송파신도시 절반이상을 임대주택으로 짓는 등 소형․임대주택 위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에선 중대형을 늘리라는 요구가 비등한데 정부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은 반시장적 정책을 서둘러 발표할 필요가 있는가? 이는 정부가 중대형아파트 공급을 줄여 강남과 분당권 집값을 폭등시킨 판교에서 얻은 학습효과를 잊고, 정부 스스로 송파 신도시를 제2의 판교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경기(景氣)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락 가락함에 따라 국민의 뇌리 속에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완화되기 마련이라는 부정적인 학습효과를 심어놓았다. 원칙에 충실한 부동산대책을 만들어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부정적 학습효과를 털어내고 정책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제 여․야는 8.31 부동산대책에 과도한 세금인상 등 민생을 어렵게 만들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내용이 없는지 관련법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꼼꼼히 챙겨 앞으로 자주 바뀌지 않는 법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유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가 고유가의 최대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경제에서 고유가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소비나 투자, 기술개발 등 내부 경제변수를 잘 살려 오일쇼크를 피해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상시국에 정부와 정치권은 민생과 경제보다 연정(聯政)과 부동산대책에 올인하고 있으니 과연 정부가 ‘집안 살림’을 잘 챙기고 있는 것인지 국민은 불안하다.

/2005. 9. 23. 한국국세신문, 특별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