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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과세 후퇴 안 된다- 2005 세제 개편안을 보고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5.08.29 | |
올해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세금을 더 걷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기회복 지연으로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기업 관련 세금을 중심으로 세입예산 대비 세수(稅收) 부족액은 지난해 4조 3천억 원에 이르렀고 올해는 5조 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금은 덜 들어오는데 참여정부 들어 사회․복지 지출 증가, 국책사업 확대 등으로 써야할 돈은 오히려 늘어 재정적자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빚(국채 발행)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채무가 국내 총생산(GDP)의 30%를 넘어서는 급등 추세를 나타내면서 재정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에선 국채발행에 한계가 있다. 결국 정부는․ 세수확보를 위해 그동안 국민들에게 깎아주던 세금을 덜 깎아주고, 일부 세금은 아예 올리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세수를 늘리는 세제개편이 필요하다는 데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세제의 기본원칙인 공평과세와 근거과세를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세금 강화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 특히 근로자와 중산․서민층 가계를 중심으로 세금을 늘리는 것은 공평과세를 후퇴시킨다. 또 감세가 필요한 경기침체기에 세금을 늘리는 정책은 소비를 감소시켜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며 장기적으로 세수(稅收)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올해 세제 개편으로 내년에 더 들어 올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세수는 신용카드소득공제율 인하로 1800억 원, 소주 등에 대한 주세율(酒稅率) 인상으로 3200억 원, 난방용인 액화천연가스(LNG) 세율 인상으로 4600억 원이다. 이 증가되는 세금의 부담자가 주로 근로소득자를 비롯한 중산․서민층 가계라는데 세부담의 공평성에 문제가 있다. 부동산관련 세금강화로 늘어나는 세금까지 감안하면 중산․서민층 가계가 내년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영업자와 근로자 간 세부담 불공평이 경제․사회 문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봉급생활자들의 근로소득세는 정부 예산보다 19% 더 걷힌 반면, 자영업자들의 종합소득세는 12% 덜 걷혔다. 2005년 8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 자영업자 가구의 씀씀이가 근로자 가구보다 훨씬 넉넉한데도 납부한 세금은 근로자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올해 정부 세제개편안은 신용카드소득공제율 인하를 비롯한 다수의 소득공제 대상을 줄여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자영업자와 근로자 간 세부담이 불공평한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 봉급생활자의 소득은 유리지갑처럼 드러나고 있으나,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은 50%선에 머물고 있는 데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하고 세정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이를 소홀히 하면서 세금거두기 편한 봉급생활자를 비롯한 중산․서민층의 주머니를 털어 손쉽게 세수를 확보하려는 것은 자영업자와 근로자 간 세부담 불공평을 더욱 심화시키는 정책으로 잘못된 것이다. 정부는 중소 사업자의 납세편의를 내새워 간편납세제도를 도입했다.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간편납세제도는 사업자가 국세청이 개발한 ‘표준전자장부’를 이용해 오는 2007년부터 중소사업자들이 세금을 손쉽게 신고․납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간편납세제도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중소 사업자가 간편납세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과 성실한 납세의식이 전제돼야 하고 자영업자에 대해 근거과세와 공평과세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장부기장비율은 51%로서 OECD 선진국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또 자영업자의 세부담은 근로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실한 납세의무 이행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오히려 자영업자에 대해 지속적인 과세표준 현실화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간편납세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다. 간편납세제도는 지금까지 쌓아온 근거과세와 공평과세 등 소득세 과세인프라를 허물면서 자영업자와 근로자 간 세부담의 불공평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므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장기적으로 원활하게 확보하려면 바닥을 기고 있는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적극적인 재정정책 등으로 경제가 되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경제가 살아나면 세수는 늘어난다. 그리고 근거과세와 공평과세 기반을 더욱 확충하는 조세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것도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평과세를 위해 세제․세정 측면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는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 제고를 비롯해 재산세 과표 현실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 폐지, 과다한 조세감면제도 정비, 부동산투기이익 등 음성․불로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들 수 있다. 또 정부는 세수가 자연적으로 늘어나던 고도 성장기에 팽창예산을 편성하던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낭비되는 예산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 정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 2005. 8. 29. 조세일보,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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