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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주는 리더가 필요하다 박상근경영학박사 05.01.12
며칠 후면 설이다. 경제 사회적으로 어려웠던 갑신년이 저물고, 천복(天福)을 전하는 메신저인 닭의 해 을유년 새해가 진짜로 온 것이다. 신년 첫날 다짐했던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져야 할 때다. 닭의 힘찬 날갯짓인 홰치는 소리를 통해 을유년을 희망과 성취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는 다짐을 말이다.

우리 경제는 현재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희망이 없기 때문에 은행에 쌓아둔 돈이 수십조원에 달하고, 부자들이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지갑을 열지 않는'희망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정부는 기업과 부자가 투자하고 돈을 쓸 수 있도록 '희망 메시지'를 자주 보내야 한다. 기업이 투자하고 부자가 돈을 쓰면 일자리가 창출된다. 나아가 중산서민층의 소득이 늘어나고 청년실업문제가 풀리게 된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는'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희망이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사회 구석구석이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나라는 흥한다.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이 없으면 봄에 농부는 씨를 뿌리지 않는다. 예쁜 내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면 젊은이는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익을 얻게 된다는 희망이 없다면 상인은 장사를 하지 않는다.

훌륭한 리더는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처칠이 위대한 정치가인 것은 그가 절망적인 상황에 있던 영국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케네디가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민이 그를 잊지 못하는 것도 그가 온 나라에 희망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싱가포르 총리 자리에 올라 싱가포르를 30년 넘게 이끌었던 리콴유(李光耀) 총리는 국내외로부터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싱가포르 국내외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지속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제시한 비전의 실현이야말로 국민이 잘살 수 있는 유일, 최선의 길이라고 모두 굳게 믿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3공화국 시절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에게 경제개발이 성공하면 보릿고개의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줬고, 새마을운동으로 국민의 힘을 결집했다. 유신헌법 선포 등 독재적 면모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박 전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금 모으기 운동은 리더가 국민을 통합해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정부가 국민에게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면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줬기 때문에 너도나도 은행의 금 모으기 창구에 줄을 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을유년 들어 희망을 주는 희소식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참여정부 말이나 다음 정부 초에 이르면 국민 1인당 소득 2만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용준)에 따르면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올 초까지의 이웃돕기 성금이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넘어섰고, 2003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고 한다. 또 올해 10대 그룹의 취업문이 지난해보다 다소 넓어진다는 소식도 나왔다. 보수와 진보 두 진영의 각계 원로 165명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통합'을 호소하는 '2005 희망제안' 발표도 있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유서 깊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家電)전시회에서 혁신상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을 휩쓸며 행사를 거의 이끌었다는 희소식도 전해졌다.

이처럼 구성원에게 희망을 주는 리더가 많은 사회는 발전한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 사회 대부분 리더들은 계층간에 편을 가르는 원인의 진원지였고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정치권은 정쟁으로 국민에게 절망과 불안을 주는 것으로 지난 한 해를 허비했다. 올 한 해 우리 사회 모든 리더들은 그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주는 통합형 민주적 리더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2005. 2. 1 헤럴드 경제, 헤럴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