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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회의 ‘당동벌이(黨同伐異)’ | 박상근 경영학 박사 | 04.12.31 | |
올 한 해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사자성어로 “같은 무리와는 당을 만들고 다른 자는 공격한다.”는 의미인 ‘당동벌이(黨同伐異)’가 선정됐다. 매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해 온 ‘교수신문’은 자체 필진과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전국 교수 162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한국 정치․경제․사회를 정의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19.8%가 ‘당동벌이“를 꼽았다고 지난 12월 24일 밝혔다.
‘당동벌이’란 후한(後漢) 역사를 다룬 ‘후한서(後漢書)’의 ‘당고열전’ 서문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한 무리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무리에 속한 사람을 무조건 배격 한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통 틀어 ‘당동벌이’는 사회를 극도로 혼란에 빠뜨렸고 결국은 나라를 망하는 주요 원인이 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당동벌이’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수도이전,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둘러싼 국민 및 정치권 대립에서 이기심과 당리당략만 보일 뿐 상대를 설득하는 논리나 합리적인 대화가 보이지 않았던 2004년 우리 사회 자화상을 표현하는 데 딱 들어맞는 말이다. 올해 세무사회를 사자성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말이 가장 적합할까. 필자는 2004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표현한 ‘당동벌이(黨同伐異)’가 세무사회의 현상을 표현하는 데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올 한 해 세무사업계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 사람이라면 이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 세무사회 집행부 들어 회무와 회직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은 현 회장 당선에 주도적 역할을 한 고시 출신의 젊은 회원들이다. 원로(元老) 회원을 중심으로 한 장․노년층 회원은 회직에서 철저히 배제됐고 이 들은 세무사회 회무에 방관자로 일관했다. 이는 선거에서 현 집행부를 반대한 회원들을 배척하고 같은 무리에 속한 회원들로만 회직을 구성해 회무를 집행한 것으로서 전형적인 ‘당동벌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세무사회 역사상 초유의 사태인 본회 회장과 6개 지방회 회장간의 불협화음도 올해 세무사업계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올 2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6개 지방회장 들은 집행부를 상대로 회무의 민주화를 요구하면서 회장의 독선적 회무 집행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회장은 이를 일축하고 독선적인 회무 운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자기하고 같은 편은 무조건 정당하고, 생각이 다르면 잘못됐다는 소인의 독선적 사고(思考)가 2004년 세무사회를 휩쓴 한 해였다. 또 감사(監事)와 집행부간의 대립도 올 한 해 빼놓을 수 없는 세무사회의 현상이었다. 감사는 세무사회 회칙 상 집행부를 감시․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임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무사회 집행부는 감사가 정당한 절차에 의거 실시한 감사(監査)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감사 실시에 들어간 기초 비용인 인쇄비와 발송비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 또한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면 어떤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서 대표적인 ‘당동벌이’ 식 회무집행이라 하겠다. 세무사회는 6,500여명이 회비를 내 운영하는 이익단체이다. 그러므로 회원 개개인이 주인으로 대접받아야 하고 회원의 의견이 최대한 회무에 반영돼야 한다. 더구나 ‘당동벌이’식 회무 집행으로 회원을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 그러나 올 한 해 세무사회 운영에는 지방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견제하는 회원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됐고 회장과 집행부 임원 몇 사람이 독선적인 생각으로 회무를 좌지우지했다. 그러다 보니 세무사회는 1년 내내 시끄러웠고 회원들은 왠지 불안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논어에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동(同)’은 틀리건 맞건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고 ‘화(和)’는 틀린 건 틀리고 맞는 건 맞다‘고 하면서 힘을 합하는 것이다. 내년 세무사회 집행부는 모든 회원이 화합할 수 있도록 ‘동(同)’보다 ‘화(和)’를 추구하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마음으로 통할 수 있는 ‘당화친이(黨和親異)’의 한 해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 2004. 12. 27. 조세일보, 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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