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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납세순응도’를 높여라 박상근경영학박사 04.10.12
정부는 오는 10월말까지 부동산세제 개편안을 마련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으로 있다.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세제 개편방향을 보면 세제(稅制)운영의 기본원칙과 경제현실을 무시하는 듯한 것이 많아 염려스럽다. 부동산세제 개편을 통해 세제가 추구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세부담의 형평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경제․사회현실을 제대로 세제에 반영해 납세 순응도(順應度)를 높여야 한다.

먼저 급격한 조세부담 증가를 경계해야한다.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는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의 살림살이에 쓸 돈을 관내 주민이 내는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는 주부․노인․저소득층 서민 등 납세자 계층이 다양한 생활세금이고 가정경제와 관련이 깊다. 또 대부분 납세자가 매년 일정액의 세금을 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세금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민의 행정수요가 갑자기 증가하거나 자치구의 재정이 급속도로악화된 것도 아닌데 주민이 동의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부동산보유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지방자치정신에 근본적으로 어긋난다. 부동산보유세 부담은 납세자가 순응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이 그 존재목적에 맞고 납세 순응도가 높은 세제다.

부동산보유세의 성패는 시가를 어떤 방법으로 공평하게 과세표준에 반영 하느냐와 세율체계를 어떻게 짜느냐에 달렸다. 부동산보유세제는 토지와 건물을 통합 평가하고 지역별․주택형태별로 시가를 공정하게 과세표준에 반영하는 한편 현행 세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낮춰야 공평하고 납세 순응도가 높은 효율적인 세제가 된다. 그리고 당장 이달에 고지되는 종토세의 급격한 세부담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련 지자체는 지난 7월의 재산세에 이어 또 다시 심각한 조세저항과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분석과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거래세 인하를 병행해야한다. 부동산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인하하겠다는 것이 정부방침이다. 그러나 거래세 인하 방침은 구체적 입법(立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 중산․서민층이 주택을 팔지도 못하고 사지도 못해 주거이전마저 어려운 상태에 있고, 건설업체의 아파트 분양이 30%대 이하로 뚝 떨어져 중소 건설업체가 도산위기에 몰리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보유세가 거래세의 4배인데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이런 비정상적인 세부담 구조가 부동산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으므로 거래세 인하는 부동산시장의 정상화에 있어 시급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의 재검토다.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려면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고 불가피성이 전제돼야한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신설목적을 부동산투기억제와 소득재분배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에 두고 있는데 이는 종합부동산세가 담당할 기능이 아니고 종합부동산세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종합부동산세는 이중과세․미실현이익과세․재산평가의 어려움 등으로 조세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조세체계는 31가지에 달하는 국세와 지방세 그리고 목적세로 누더기가 돼 있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부동산보유세는 그 세목이 현행 2가지에서 5가지(주택세, 주택외 건물분 재산세, 주택외 건물부속 토지분과 나대지에 대한 종합토지세, 주택종합부동산세, 토지종합부동산세)로 대폭 늘어나게 돼 있다. 부동산보유자는 3개월마다 1장의 고지서를 받게 될 것 같다. 납세자가 세제에 순응하는데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새로운 세금 신설은 무리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당장 부동산보유세를 도입하는 것보다 우선 종합토지세와 재산세 등 기존 보유세를 종합부동산세 기능을 갖는 방향으로 개편해 정부가 의도하는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종합부동산세는 이를 도입할 기반과 여건이 더욱 성숙되고 납세자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인의 순응도가 높아진 후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원칙과 현실을 잘 조화시켜 납세자가 순응할 수 있는 훌륭한 세제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 2004. 9. 21. 헤럴드경제,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