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減稅는 경제 살리기의 출발점이다. -2004년 세제 개편 | 박상근경영학박사 | 04.09.09 | |
지난 1일 발표한 정부·여당의 세제 개편안은 어려운 경제상황에 있는 개인과 기업의 세부담을 줄이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근로·자영업자 소득세율 1%포인트 인하 이자·배당 원천징수세율 1%포인트 인하 24개 품목에 대한 특소세폐지 중소기업특별세액공제 확대 등 경기부양성격이 강한 감세(減稅)정책을 담고 있다.
세제 개편안에 담고 있는 감세(減稅)는 특소세폐지를 제외하고는 내년 이후에 걸쳐 장기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고 개별 경제주체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미미할 뿐 아니라 그것도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돼 있으므로 경기부양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세수기반을 훼손하고 빈부격차만 확대시킬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컨대 소득세 인하는 800만 ~ 900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와 자영업자에게 1조 5천억 원 정도의 혜택이 추산되므로 계산상 1인당 연간 16만 ~ 18만원 정도의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일률적인 1%포인트 세율인하로 고소득층에 더 많은 세금 혜택이 돌아가게 돼 있다. 특소세폐지는 4천억 원의 감세가 예상되지만 그 대상품목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고가품이여서 적자에 허덕이는 중산·서민층 가계가 혜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말로만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면서 과거 들추기와 이념 논쟁에 몰두해 왔고, 정부는 경제가 곧 회복될 것이라는 막연한 장밋빛 전망만 남발해 왔다. 이제 정부와 여당이 경제의 어려움을 알고 감세정책을 동원하는 등 적극적인 경제 살리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만하다. 그러나 감세정책은 경제를 살리는데 있어 출발점에 불과하다. 이와 더불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부자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바꿔 나가야 효과 있는 경제 살리기 대책이 될 수 있다. 첫째, 정부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불확실성 해소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장 우선이냐 분배우선이냐가 불확실하고, 정치권과 정부는 과거 들추기와 행정수도 건설 등 새로운 불안 요소를 만들어 내는 형국이다. 정치권이 시의 적절하지 못한 문제로 불안을 만들지 않고 시장경제에 충실한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간다면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간에 신뢰가 쌓일 것이다. 이는 수출호조 그리고 대기업의 투자와 부자의 소비로 이어져 경제가 회복되는 요인이 된다. 둘째, 반(反)기업정서 해소다. 기업과 돈이 해외로 탈출함으로 인해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한편, 부자들의 해외 골프 여행은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기업이 신바람 나게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부자가 안심하고 돈을 쓸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이 정부가 반(反)기업정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셋째, 노사 대타협(大妥協)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춘투(春鬪)에서 하투(夏鬪)로 이어지는 격렬한 노동쟁의로 수개월 동안 산업현장이 마비되는 엄청난 근로일수 손실을 되풀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OECD 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또 노동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은 기업경쟁력 확보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 과격한 노사분규는 내·외국인 투자를 기피하게 만들고 국내 공장이 해외로 떠나도록 만듦으로써 경제의 성장 동력을 훼손하고 일자리를 줄이는 주요 요인이다. 이제라도 노·사가 대타협을 이뤄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한다. 정부는 일관되게 법과 원칙으로 노동시장을 바로잡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노·사가 상생(相生)을 모색하지 않고 제몫 챙기기를 계속한다면 우리 경제에 미래는 없고 노사가 공멸(共滅)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넷째, 규제완화다. 올해 3월말 현재 각종 규제는 7,800여개에 이른다. 토지규제 관련 법률이 122개가 있고 298개 구역지정으로 규제구역 지정 총면적이 전 국토의 4.6배에 달할 정도다. 중소기업이 조그만 공장 하나 허가 내는데 1년 정도가 걸리고, 수도권공장총량제와 출자총액제한제는 대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부자와 기업을 규제와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환경에서 기업가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다섯째, 기업의 경쟁력 강화다. 우리 기업은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세계일류기업과 경쟁해야하는 글로벌경제 체제에 직면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일류상품은 기업혁신, 기술개발, 우수한 인재 양성에서 나온다. 경쟁력 강화는 일차적으로 기업의 몫이지만 정부가 거들지 않으면 어렵다. 이번 세제개편에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세제지원을 소홀히 다룬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으로 세제 개편안의 국회심의 과정에서 이에 대한 지원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정의 효율적 집행이다. 부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돼 있는 감세정책을 재정지출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중산·서민층의 소득을 보완하고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사업을 비롯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투자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사업에 재정지출을 집중해야한다. 또 행정수도건설, 농어촌대책 등 국책사업의 우선순위도 경제 살리기가 기준이 돼야한다. 아무쪼록 이번 감세정책이 정치권의 불확실성과 반기업정서가 해소되는 계기가 되고 정부가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등 정치권과 정부가 함께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 객원논설위원·명지전문대 겸임교수·경영학박사·세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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