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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혁신이 성공하려면 | 박상근경영학박사 | 04.08.17 | |
참여정부 들어 ‘혁신’이 화두(話頭)다. 정부가 혁신을 추구하는 주요 목표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구태를 바로잡아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 행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데 있다. 그동안 국세청은 1기 세정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권력기관의 이미지를 벗고 서비스기관으로 다시 태어나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제 세정혁신 2기를 맞는 국세청은 국민이 한층 더 피부로 느끼는 세정을 펼쳐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세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국세청이 세정혁신에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세법의 목적이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조달임을 돼 새겨볼 때, 성공적인 세정혁신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세법에 충실한 ‘근거과세’다. 이는 근대 시민혁명에서 납세자가 쟁취한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원칙과도 맞는다. 근거과세를 하려면 과세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현금영수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과세근거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한 결과 많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금융거래의 과세자료 활용은 아직도 미흡한 상태에 있다. 근거과세와 공평과세를 위해 금융거래 자료 등 과세근거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개인사업자의 51%가 수입과 지출에 대한 장부를 기장하지 않고 정부가 정한 추계소득을 기초로 세금을 내고 있는 현실도 바로잡아야 한다. 사업에 관한 증빙과 기장이 없는 무기장사업자 102만 명이 근거과세와 공평과세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 문제도 결국은 사업자의 실제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세정은 납세자 접촉이 잦은 대민업무가 많다. 특히, ‘조사업무’가 그렇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한 결과 “세무조사 이제 신뢰할 수 있다” 고 하지만, 아직도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가 납득할 수 없는 세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무조사는 납세자에게 큰 짐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관련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납세자가 국세청의 세금 부과에 불만이 있어 재정경제부 산하 국세심판원에 재심을 청구한 사건 10건 중 4건(40.2%)이 잘못 부과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또 납세자가 세금을 부과 받고 나서 국세청에 직접 재심을 청구한 사건 10건 중 3건(30.2%)에 대해 스스로 잘못 부과했다고 시정조치 했다. 아직도 국세청이 무리하게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2002년 한 해 동안 납세자가 세금부과에 불만이 있어 국세청에 이의를 제기한 건수가 9,652건, 국세심판소에 심판청구한 건수가 3,961건에 이른다. 그리고 상당수의 납세자가 행정기관에서 억울한 세금을 구제 받지 못하고 법원까지 세금 고통을 이어가고 있다. 납세자 입장에서 과연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신뢰해도 되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의 세무조사결과 처리과정은 우리와 너무나 다르다. 일본은 세무조사과정에서 세금탈루 사실이 적발될 경우 과세관청과 납세자(대부분 대리인인 세무사가 대리)간에 이뤄지는 합의과세로 대부분 세무조사가 끝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세금을 고지하는 건수는 세무조사건수의 1-2% 정도이다. 납세자를 존중하고 배려한 합의과세로 세금분쟁을 최대한 줄여 행정비용과 국민의 고충을 덜어 주겠다는 취지가 녹아있다. 1999년 오사카(大阪) 국세불복심판소의 국세심사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총 처리건수 420건 중 세금이 잘못부과 됐기 때문에 납세자가 승소(勝訴)한 비율은 고작 11%이다. 나머지 89% 경우가 과세관청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세무조사가 합의과세로 끝나고 근거과세 원칙을 철저히 지킨 결과다. 근거과세를 확립하고 세무조사가 납세자로부터 신뢰받아야 세정혁신이 성공할 수 있다. 정부는 근거과세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꾸준히 구축해 나가야한다. 그리고 납세자가 편안하고 성실하게 신고 납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신고 후 불성실신고자를 찾아내 엄정한 세무조사로 공평과세를 실현하는 것이 세정혁신이다. 더불어 세무조사 과정에서 최대한 합의과세를 이끌어 내 납세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세무조사가 신뢰받는 지름길이다. / 2004. 8. 13. 한국국세신문, 특별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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