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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표구간 개편 급하다 | 박상근경영학박사 | 04.07.14 | |
정부는 납세자의 소득세부담액을 산출하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과표)구간’을 지난 1996년에 개편한 이래 8년째 그대로 두고 있다. 이는 물가상승 등 경제 환경 변화를 세금계산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서, 조세전문가들로부터 근로자의 세부담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세제개편 때마다 “소득세 과세표준 계산시 연봉에서 공제되는 근로소득공제와 종합소득공제를 확대해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였다”고 발표해 왔다. 그러나 근로자의 세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996년에 4조8380억원이던 근로소득세는 2000년 들어 급격히 증가하면서 2001년에 7조1460억원을 기록했고, 2002년에는 1996년 대비 43%가 증가한 6조9334억원을 나타냈다. 지난 1996년에 개편된 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소득세 과표구간별 세율을 보면, ▲1000만원이하 9% ▲1000만원초과 4000만원이하 18% ▲4000만원초과 8000만원이하 27% ▲8000만원초과 36%이다. 예컨대 직장인 A씨가 지난 1996년에 근로소득세 과표가 3000만원인 경우 20%(1996년 당시 세율이며 2002년부터 18%로 인하되었음) 세율을 적용받았지만, 그동안 연봉이 올라 근로소득세 과표가 4500만원이 됐다면 27%의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이 경우 임금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낮은 세율 18%가 적용되는 과표구간 금액을 상향조정해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과표구간이 정해진 1996년과 현재의 경제상황은 엄청나게 다르다. 우선,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올랐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명목임금상승률’은 46%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소비자물가가 24.3% 올랐기 때문에 물가를 감안한 근로자의 ‘실질임금상승률’은 17%(1.46÷1.243)에 불과하다. 물가가 오르면 생활비가 그만큼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근로자의 실질 소득은 물가상승분 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임금상승만을 반영해 세금을 매긴다면 근로자의 세부담은 무거워 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1996년과 현재는 임금지급 기준이 많이 달라졌다. 연봉제와 스톡옵션 등으로 고소득 근로자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근로소득자 중 최고세율(현재 36%)을 적용받는 사람이 1996년에는 0.1%(7천명)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 0.3%(21천명), 2002년에는 0.4%(28천명)로 늘어났다. 그동안 근로소득공제와 소득공제를 지속적으로 화대해 왔으나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4배로 늘었다는 사실도 과표구간 개편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열린우리당은 IMF이후 경제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어려움을 격고 있는 중산 서민층을 지원하기 위해 소득세 과표구간 개편을 지난 17대 총선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소득세 과표구간을 보면, ▲1250만원이하 9% ▲1250만원초과 5000만원이하 18% ▲5000만원초과 1억원이하 27% ▲1억원초과 36%이다. 이 과표 조정안은 각 과표구간 금액을 현재보다 25% 상향조정한 것으로서 물가 상승분을 세금계산에 반영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총선 후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과표조정은 우리당의 총선공약이기는 하지만 정부에서 세수감소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하고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문제”라면서 발을 빼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과중한 세금은 임금상승 압박요인으로 작용해 산업경쟁력저하를 가져오고, 근로자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져 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경제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올 하반기에는 공공요금 인상 등 근로자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는 물가상승 요인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공평하고 효율적인 세제가 되려면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에 이러한 경제․사회현상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과연 지금이 세수 감소 때문에 1300만명 근로자의 세금을 바로잡는 소득세 과표구간 개편을 미뤄야 할 때인지를 다시 한번 따져 보기 바란다. / 2004. 7. 14 한국경제, 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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