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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한국 조세의 소득재분배기능 박상근세무사 18.05.24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소득불균형과 빈부격차가 가장 심각한 국가에 속한다. 소득불균형과 빈부격차로 인해 중소기업과 중산서민층은 투자하고 소비할 돈이 없다. 반면 대기업과 부자는 돈을 쌓아둔 채 투자와 소비에 나서지 않는다. 이는 경기 침체와 저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자본주의하에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승자독식’이 심화되고 계층 간 ‘소득’과 ‘부’의 격차가 확대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빈부격차를 치유할 수 있는 수단인 ‘조세’가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OECD 32개국 중 31위를 차지했다. 즉 한국 조세는 소득불평등과 빈부격차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 조세가 소득재분배기능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인세를 인상하면 경제에 미치는 비효율이 커진다. 세계 각국이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인세율을 내리고 있는데 한국만 법인세율을 올리고 있다. 세계 조류를 역행하는 잘못된 정책이다. 한편 소비를 과세대상으로 하는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저소득층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 소비에 대한 과세 강화는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을 요한다. 결론적으로 누진세율(6~42%)로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늘릴 수 있는 소득세 비중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득세는 세율만 높았지 세수 비중이 낮아 소득재분배기능이 미약한 비정상 상태에 있다. 과세대상(세원)에서 빠져 있는 소득이 많은 현행 소득세제하에서 세율을 높여봤자 세수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세수는 ‘과세표준(과세대상을 평가한 금액)×세율’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소득세 과세대상(세원)을 확대해 소득세 비중을 높이는 게 조세의 소득재분배기능을 회복하는 첫째 관건이다.

소득세 과세대상을 확대하려면 현행 세제에 산재해 있는 부자에 대한 비과세·감면소득부터 없애야 한다. 주택과 주식·금융자산은 우리 가계에 있어 부의 상징이다. 주택 위주의 부동산이 가계자산의 70%를 차지한다. 먼저 부동산과 금융자산 관련 소득에 대한 세금은 모두 과세대상에 포함, 종합 과세해야 조세의 소득재분배기능이 제대로 작동된다. 

이 밖에도 부자들의 탈세블랙홀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차명계좌·역외거래·지하경제 관련 탈세다. 이런 부자의 탈세 블랙홀을 그대로 둔 채 세율을 올려봤자 복지에 쓸 세수가 늘어나지 않는다. 세율인상과 함께 과세대상(세원)을 확대해야 수입 측면에서 조세의 소득재분배기능이 강화된다. 

한편 한국은 세금으로 최저임금 보전 등 ‘소득주도성장’을 실험 중에 있다. 이러다간 송파 세 모녀와 증평 모녀 자살 사건과 같은 비극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른다. 예컨대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치매 등 중중 장애우, 가장의 소득이 끊긴 가계, 한 부모 가정 등 국가로부터 기초생활을 보장받아야 할 가정이 소외되고 방치돼서는 안 된다. 국민의 기초생활을 확실히 보장하는 것, 국가의 기본 책무이고 지출 측면에서 조세의 소득재분배기능을 강화하는 첫걸음이다.  

정부는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기업과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아 투자를 이끌어내 성장과실을 늘리되 대·중소기업과 가계가 상생하는 공정한 분배정책으로 ‘투자→고용→생산→소비→투자’가 선(善)순환하는 경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부자의 탈세 블랙홀을 없애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늘리고 경제적 약자에게 복지재원 투입을 집중하는 재정정책으로 조세의 소득재분배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재정으로 국민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기본 동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 2018.05.20. 서울경제,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