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가계 소득을 늘려주면 소비가 증가해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고용이 늘어나 경제가 선순환(善循環)한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노동자에 편향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 자체가 근로자위주이고, 이를 실천하는 세부 정책이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 일색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가계 소득을 늘리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통신비 인하,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인상 등 적극적인 재정?경제정책을 시행해 왔다. 이와 함께 집권 초기 정부는 청와대 여민관에 ‘일자리상황판’을 설치하는 한편,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이용섭 전의원을 부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대단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국민은 청와대 여민관에 설치된 ‘일자리상황판’을 본적이 없다. 청와대는 그동안 일자리상황판이 어떻게 변했는지 국민께 보여주려 하지도 않았다. 일자리정책을 총괄하던 이용섭 부위원장은 광주시장 출마를 위해 일자리위원회를 떠났다. 이제 국민은 그렇게 야심차게 출발했던 ‘일자리위원회’의 존재자체를 잊은 것 같다.
과연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4월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 3월 실업률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전체 실업률은 4.5%(125만명)로서 17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다. 여기에 청년실업률은 11.6%로서 3월 기준으로 1999년 이래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청년실업률은 24%에 달한다. 청년 4명 중 1명이 백수일 정도로 심각하다. 청년들의 희망은 땅에 떨어졌고 부모 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주요 수단인 공무원 증원은 국회의 승인을 받아 예산을 동원해야 하는 한계가 있고, 대부분 공기업이 적자인 상태에서 공공일자리를 늘리기도 어렵다. 정부가 진정으로 일자리를 늘리려면 전체 일자리의 8%(207만개)에 불과한 공공일자리 늘리기에 집중할 게 아니다. 정부는 전체 일자리의 92%(2,416만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국과 달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1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의 ‘감세정책’으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시장 친화적 ‘노동개혁’으로, 일본의 아베 총리는 ‘기업인의 기(氣) 살리기 정책’으로 투자를 이끌어 내 기업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도록 했다. 이들 나라의 청년실업은 빠르게 해소되는 양상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성장정책으로 성장과실(파이)을 키우면서 분배 또는 복지를 강화하는 ‘투 트랙(two track)’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 성장 없이 분배와 복지를 늘리면 경제 규모가 쪼그라들고 나랏빚이 늘어난다. 이는 미래 세대를 포함해 국민이 다함께 못사는 하향평준화로 가는 길이다. 과다한 복지로 재정 파탄 지경에 이른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국가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국가가 반면교사다.
결국 기업은 ‘사람’이 이끌고, 기업 경쟁력은 ‘신기술’에서 나온다. 그런데 한국의 고등교육은 4차 혁명시대를 이끌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암기식?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신수종 개발’과 ‘신산업 육성’도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만 매달려 스스로 일자리 창출 여력을 줄이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불록체인?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신기술을 발굴할 수 있는 ‘연구개발’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노동개혁과 규제개혁, 창업(Start-up) 지원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성장’ 생태계를 조성해야한다. / 2018.05.04. 서울경제,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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