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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구조적 문제로 풀어야 | 박상근세무사 | 18.04.23 | |
정부가 최근 청년일자리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10년간 이미 21차례 청년일자리대책을 내놓은 바 있고 이번이 22번째다. 최근 5년 동안 청년실업 해소에 투입된 예산은 10조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청년실업률은 2014년 이후 4년 연속 10%(50만 명)대에 달했고, 체감 청년실업률은 20%(100만 명)대를 넘는다. 그만큼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얘기고, 그동안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남발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청년실업의 주요 원인은 구조적 수급 불균형에 있다. 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청년 인력을 공급하는 맞춤형 일자리정책을 내놓아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을 풀어 청년고용기업과 청년들에게 보조금을 주거나 세제혜택을 늘리는 등 일자리 수급과는 동떨어진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돈 풀기 정책은 반짝 효과로 끝나기 마련이다. 정부가 청년실업, 저출산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 이후 13차례 추경을 편성했지만 돈만 쓰고 청년실업과 저출산은 더 악화됐다.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일자리의 88%가 이들 기업에서 나온다. 그러나 일자리 수요자의 75%가 대졸자이고 이들은 대기업의 고급일자리를 원한다. 일자리 공급과 수요가 엇갈리는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일자리 수급의 불일치. 즉, ‘일자리 미스매치’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해야 청년 취업난과 중소기업 구인난이 동시에 해결된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75%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노동시장이 안정된 독일은 25% 정도다. 연구직이나 대학교수 등 학문적 연구가 필요한 분야에 종사할 사람 외에는 대학에 가지 않는다. 미국·영국·스웨덴 등 다른 선진국 대학진학률도 40%대에 있다. 한국의 높은 대학진학률과 문과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고급 청년 실업자를 양산한다. 이와같이 교육과 관련된 구조적 청년실업은 돈을 풀고 세제 지원하는 임시방편적, 대증적(對症的) 요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대부분 학생들이 마이스터고 또는 기술전문대학에 진학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청년실업 문제는 ‘백년하청’이다. 여기에는 교육 당국, 교육 수요자인 청년과 학부모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연구전문대학 외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기술 인력’을 키워내는 방향으로 교육 내용과 학제(學制)를 개편하고, 정부는 이들 대학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반값등록금정책은 청년실업을 심화시키고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을 어렵게 한다.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청년 창업(start-up)’을 활성화해야 한다. 창업은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영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창업기회 인식’ 조사에서 34개 회원국 가운데 33위를 차지했다. 열악한 창업인프라 때문에 유독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7위로 상위에 올랐다. 청년들이 한번 실패하면 재기할 수 없는 창업 환경에서 세계적인 벤처기업이 탄생할 수 없다. 청년들이 창업의 실패를 딛고 일어 설 수 있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 개선 및 창업인프라 재구축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설 때다. 이번 3.15대책에도 규제개혁·노동개혁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기업이 혁신성장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근본적인 일자리대책은 빠졌다. 미국·프랑스·일본은 법인세 인하와 노동개혁으로 경기기 살아나면서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한국이 살길은 노동계가 노동유연화와 생산성 향상에 응하고, 기업은 일자리 확대와 공정한 임금 지급을 전제로 한 ‘노사대타협’뿐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업 부담을 늘리고 노동계의 제몫 챙기기 현상이 계속되면 기업은 일자리를 줄이거나 해외로 떠난다. 정부가 노사대타협을 이끌어 내는 한편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만큼 효과적인 청년일자리대책은 없다. / 2018.03.30. 서울경제,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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