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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그늘 | 박상근세무사, 경영학박사 | 17.12.08 | |
2006년 이후 11년째 2만 달러에 머물던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빠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에 3만 달러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성장률이 연초 전망보다 높은 3%대 진입이 유력한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에도 예상과 달리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언론기관이 민간 연구기관으로부터 올해 1인당 국민소득 전망치를 조사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2만7561 달러)보다 2000 달러가량 오른 2만9500~2만9800 달러로 예상된다. 이 분석은 올해 성장률 3%, 원/달러 평균 환율 1130원을 전제로 추정한 것이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3.2%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 시기는 예상외로 빠를 수도 있다. 국민, 특히 서민들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실감하지 못한다. 우리 경제는 올 3/4분기 경제 성장의 75%를 수출이 차지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다. 그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성장의 혜택이 일부 대기업과 수출연관 산업 및 그 종사자들에 집중되었다. 특히, 외환위기(IMF)를 거치면서 사상 최대인 1419조원(2017년 9월말 기준)의 빚더미를 지고 있는 가계는 원리금 상환, 높은 주거비, 사교육비 등으로 팍팍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는가? 한국은 상위 10%가 부동산을 포함해 전체 자산의 66%를 가지고 있고, 하위 50%가 보유한 자산은 고작 1.6%에 불과하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0%가까이 가져간다. 부와 소득이 대기업과 부자에게 집중돼 있고 성장 과실의 ‘낙수효과’마저 작동하지 않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와도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이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한국이 심각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는 한 대부분 국민, 특히 서민에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의미가 없다. 정부는 지속적 성장과 함께 가계 소득과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양극화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최근 IMF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초반 7%에서 현재 3% 이하로 하락했고,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한국경제의 근본 문제로 꼽았다. 그리고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장기 성장을 가로 막고 있다”면서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성장 여력이 있는 지금이 구조개혁의 적기”라고도 했다. 한국의 지속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고용시장의 ‘유연안전성(유연성+안전성)’ 확대로 생산성을 높이는 데 달렸다. 그런데 정부는 최저 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 유연화와는 거리가 먼 노동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강성 노조는 대화를 거부한 채 자기 몫 챙기기에 바쁘다. 이래선 기업이 국내 투자에 나서지 않고 국외로 떠난다. 일자리는 누가 만드나? 최근 5년간 국내 기업의 ‘국외직접투자(FDI)’ 급증으로 136만개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산업통상자원부 분석도 있다. 세계 각국이 ‘노동개혁’으로 투자를 이끌어 내 성장과 일자리를 일궈내고 있다. 빠르게 산업지형이 바뀌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노사 대립으로 허송세월하면 다 같이 낙오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노사가 다 같이 살아남으려면 노동계는 노동유연성을 전제로 생산성을 높이고 사용자는 고용 안정과 함께 생산성에 근거한 임금을 보장하는 ‘상생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국정 최우선 과제는 ‘노사정대타협’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강성 노조에 노동시장 유연화에 협조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정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 2017.12.08. 서울경제,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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