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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가 남긴 '미완의 과제' | 박상근 세무사, 경영학박사 | 17.12.01 | |
1997년 11월 한국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그로부터 7년 후인 2004년 5월 정부는 IMF 차입금을 모두 갚으며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외환위기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 국가의 대외 건전성과 경제의 기초 체력은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대부분 국민은 삶의 질이 외환위기 때보다 별로 나이진 게 없다고 느낀다. 왜 그럴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새로이 해결해야할 과제가 생겼는데 이를 미해결의 상태로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저성장이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직전인 1976년에 7.6%, 1977년에 5.9%로 고도성장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1998년 –5.5%로 성장률이 곤두박질쳤다. 2010년대 들어서도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6%, 2016년 2.7%를 기록하는 등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한국 경제는 올해 3%대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도체 중심의 수출 의존도가 워낙 높아 내년 이후에도 이 추세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으로 인한 가계 소득 감소와 과다한 부채, 심각한 청년 실업난에 빠져 있다. 당면 과제는 노사협력으로 성장 기반인 ‘노동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신기술개발과 창의적인 인재 육성도 시급한 과제다. 반도체이후를 먹고살 신수종 개발이 20년째 지지부진한 것도 문제다. 그런데도 노사는 양보와 타협 없이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제 몫만 챙기고 있다. 세계 각국이 투자 유치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 법인세 인하, 규제완화 등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만 거꾸로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정부가 기업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쓰면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고용을 줄이거나 기업 친화적인 국가를 찾아 떠난다. 경제 규모가 축소되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둘째, 양극화다. 한국은 성장과실의 분배가 대기업과 부자에게 집중돼 양극화가 심화됐다. 상위 10%가 부동산 등 자산의 66%를, 하위 50%는 고작 1.6%를 소유하고 있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가져간다. 서민가계와 중소기업은 소비하고 투자할 돈이 없다. 정부는 포용적성장과 공정분배, 세제와 복지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기업과 가계, 대기업과 중소기겁,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경제적 강자와 약자간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줄여야한다. 마지막으로 저출산․고령화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년들을 중심으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소위 3포세대가 급증했다. 그동안 수백조원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올해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수)’은 1.07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수년째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중이다. 저출산․고령화는 소비와 생산을 위축시키고 재정 건전성을 해친다. 만병의 근원이다. 과거와 같이 세제지원하고 보조금 몇 푼 줘봤자 만성병화한 저출산․고령화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경제로 풀어야할 문제다. 혁신 성장과 공정한 분배로 가계 소득과 일자리를 늘려야 청년과 노인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저출산․고령화 해결에 한국의 미래와 정권의 명운이 달렸다. /2017.12.01.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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