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성공 동반자

성공하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무사 박상근 사무소가 함께합니다.

세무사의 칼럼

제목 작성자 작성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세제의 역할 박상근 세무사, 겨영학박사 17.10.27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득주도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기업 중심의 공급정책에서 가계 중심의 수요정책으로 경제 운영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가계 소득을 늘려 주면 소비가 증가해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다시 고용이 늘어나 경기가 선순환(善循環)한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통신비 인하, 복지 확대와 같은 적극적인 경제․재정정책으로 가계 소득 늘리기에 올인 중이다.

한편, 성장과실이 정부, 기업과 가계로 분배되는 과정에 개입하는 ‘세제’도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주요 수단 중 하나다. 정부는 ‘조세개혁특위’를 구성해 양극화 해소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추진할 예정으로 있다.

세목별 과세대상과 기능을 감안할 때, 기업 경쟁력과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상은 자제해야 한다. 부가가치세를 강화하면 저소득층 부담이 늘어난다. 결론적으로 세 부담 능력 지표인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소득세를 강화해야 ‘공평과세’가 이뤄지면서 양극화가 개선된다. 그러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에 쓸 재원도 늘어난다.

그런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가장 취약한 국가에 속한다. 양극화 해소 기능을 가진 소득세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4.0%다. 조사 대상 28개 회원국 중 터키와 함께 공동 25위였다. 독일(9.3%), 영국(10.4%). 덴마크(24.2%) 등 주요국보다 월등히 낮고, OECD 회원국 평균 8.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세수의 크기는 ‘거래 또는 소득 금액×세율’로 결정된다. 세수 결정 요소 중 하나인 한국 소득세 최고세율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와있고 OECD 평균보다 높다. 그러므로 한국 소득세 비중이 낮은 원인은 또 하나의 세수 결정 요소인 ‘거래와 소득(세원)’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데 기인한다. ‘세원(稅源)’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율을 올려봤자 세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앞으로 세제 운영은 ‘세율 인상’보다 ‘세원 확대’에 중점을 둬야 한다. 먼저, ‘과세사각지대’에 있는 주식양도차익, 이자․배당, 파생상품, 부동산임대 등 부자의 자산소득을 중심으로 한 과세 대상 확대 등 다양한 세원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 차명계좌, 지하경제, 대기업과 부자 중심의 과다한 비과세․감면 등 ’탈세 블랙홀‘을 없애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한편, 여당이 검토 중인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면 조세저항․자본유출 등 경제․사회에 미치는 비효율을 감당하기 어렵다. 실현소득에 과세하는 소득세와 달리 미실현소득에 과세하는 보유세는 재산의 원본을 갉아먹는다. 특히, 납세자가 보유세 인상에 민감하게 저항하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가 반면교사다. 세계적으로 봐도 재산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부유세’는 자본 유출과 납세자의 조세 저항을 견디지 못해 그 원조인 스웨덴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가 이를 폐지했다.

다만, 한국은 보유세(재산세 +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거래세(양도소득세 + 취득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 ‘낮은 거래세, 높은 보유세’가 세제의 기본이고 세계 추세인데 한국은 거꾸로다. 2014년 기준 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거래세 부담비율 평균은 0.8%이고 보유세 부담비율 평균은 1.1%다. 그런데 2016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거래세 부담비율은 1.9%, 보유세 부담비율은 0.4%에 불과하다. 한국의 거래세 부담비율은 OECD 평균의 237.5%에 이르고, 보유세 부담비율은 OECD 평균의 36.4%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고 다주택자를 겨냥한 이념적 ‘편가르기 핀셋증세’에 보유세를 동원해선 안 된다. 세금의 주목적은 정치적 이념의 실현 또는 투기억제가 아니라 공평과세로 세수를 확보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방법은 부동산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에 통합한 후 일정 수준의 부동산 부자를 중심으로 재산세를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보편적 증세가 바람직하다.

2017.11.27. 서울경제,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