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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올리는 유일한 나라, 한국 | 박상근 세무사, 경영학박사 | 17.09.05 | |
법인은 ‘주주’가 돈을 투자하여 만든 ‘조직체’로서 법(法)에 의하여 인격을 부여 받았을 뿐이고 사람이 아니다. 주주는 법인을 통해 경제 활동을 하고 소득을 창출한다. 법인소득은 법인이라는 ‘도관(導管)’에 머물다가 주인인‘주주’에게 최종 귀속된다.
법인소득이 주주에게 귀속되는 배당에는 소득세가 과세된다. 이때 법인세를 공제한다. 법인세는 법인소득의 주인인 주주가 납부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권은 법인이 법인소득의 주인이고 부자라면서 법인세를 올리려는 오류에 빠져 있다. 법인세는 부자 세금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26개국이 법인소득의 크기와 관계없이 낮은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법인세가 아예 없는 국가도 있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율을 내리고 있는데, 법인을 부자로 보고 거꾸로 가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 10년 새 OECD 국가 중 법인세를 올린 나라는 그리스 등 재정위기 6개국뿐이고 19개국이 내렸다. 법인세는 투자 유치, 기업의 경쟁력, 일자리 창출과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 부담자도 잘못 짚었다. 법인세는 형식적으로 법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질 부담자는 법인과 관련된 납품업자, 소비자, 종업원, 주주 등 사실상 전 국민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납품단가와 임금 인하, 제품가격 인상, 배당 감소 등으로 이어져 중소기업과 가계의 소득을 감소시킨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배치된다. 법인세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투자 유치를 위해 낮은 세율을 유지하는 게 옳다. 그러면서 법인소득이 주주에게 귀착(배당)될 때 부과되는 소득세를 강화해야 ‘부자증세’가 이뤄진다. 이것이 세계 추세에 부합하고, 세 부담의 공평성과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정부는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큰 오산이다. 세수의 크기는 ‘소득금액(또는 거래금액)×세율’이라는 산식에 의해 좌우된다. 세수는 ‘세율’과 ‘소득금액’이라는 2가지 요소의 변수다. 세율을 올려도 경기침체로 소득금액이 줄어들면 오히려 세수가 감소한다.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A. 래퍼가 제시한 세율과 세수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래퍼곡선(Laffer curve)’도 이를 설명한다. 한국은 높은 임금, 과도한 규제,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기업경영 환경이 경쟁국에 뒤진다. 이는 기업의 해외 탈출을 부추겨왔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급증으로 일자리 136만개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여기에 법인세율까지 인상되면 설상가상이다. 기업이 떠나면 일자리는 누가 만들고, 세금은 누가 내나. 이런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초대기업(129개)의 법인세율을 3% 포인트 올리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편 가르기식 세제 운영이고 ‘표적증세’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법인세는 경제적 관점에서 고려돼야 한다. 경제가 활성화돼야 세원(거래와 소득)이 확대되면서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모든 세목의 세수가 늘어난다. 경기 활성화에 의한 ‘보편적 증세’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단이고 정도(正道)다. 극히 일부 대기업과 초고득자의 세금을 올리는 편협한 방법으로 세금을 더 걷기는 어렵다. / 2017.09.05.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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