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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 유물, 한국의 상속세제 박상근 세무사,경영학박사 17.06.23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속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상속재산은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번 소득 중에서 소득세를 내고 남은 것인데, 여기에 또 상속세를 부과하면 이중과세라는 논리가 그 근저에 깔려 있다. 그래서 세계 대부분 국가가 낮은 상속세율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조세원칙과 세계 추세에 맞지 않는 높은 세율과 낡은 과세체계를 금과옥조처럼 고수 중이다. 4차 산업혁명과 지구촌시대에 국고위주의 낡은 상속세제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자본·인력 등 생산요소의 효율적 사용을 저해한다.

첫째, 상속세 과세방식을 ‘유산취득과세주의’로 바꿔야 한다. 현행 상속세과세방식은 피상속인이 남긴 총 상속재산을 대상으로 상속인 전체를 1납세의무자자로 보고 총괄 과세한다. 소위 ‘유산과세주의’다. 그러나 세계 대부분 국가는 상속인이 실제 상속받은 재산을 대상으로 상속인별로 개별 과세하는 ‘유산취득과세주의’를 채택 중이다. 유산과세주의는 상속세가 많이 들어온다는 점 외에 세제의 공평과 효율 등 모든 면에서 유산취득과세주의에 뒤진다.

둘째, 세계는 세율인하 경쟁 중인데,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50%)은 1996년 이래 20년 동안 요지부동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 44%, 상속세 최고세율 50%를 적용하면. 동일 소득에 최대 72%의 세금이 붙는다. 과중한 상속세는 가계의 자본 축적을 어렵게 하고, 기업의 지속성을 방해한다. 기업 경영자가 고율의 상속세를 내고 나면 투자 여력이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 26.3%에 불과하다,

셋째, 상속세는 부모 재산의 자녀 상속과 같이 재산이 다음 세대로 이전될 때 과세되는 세금이다. 이론상 남편 재산을 동일 세대(世代)인 아내가 상속받는 것은 과세대상이 아니다. 이는 남편과 아내가 함께 이룬 공동재산 중에서 아내 몫을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일정 금액을 제외한 배우자 상속재산에 상속세를 과세한다. 정부는 배우자 법정상속분을 확대하는 민법 개정을 추진해야 하고,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공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넷째, 한국의 가업상속공제는 감면요건이 터무니없이 까다롭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 때문에 대부분 상속기업이 상속세를 낸 후 축소 경영하거나 폐업으로 내몰린다. 가업승계는 제2의 창업이다. 전통적 가업이 상속세 때문에 문을 닫으면 기술이 사장되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현행 가업상속공제 요건은 공제를 받지 말라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까다롭다. 문제는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요건인데 국회와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늘리는 헛다리만 짚어왔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인 지금, 로봇․인공지능(AI) 등 자동화와 탈 인간화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이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텐데, 상속 당시의 고용 규모와 업종 유지 등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요건은 기업의 변화와 생존을 위협하는 독소 조항이다. 재벌의 세금 없는 부(富)의 세습은 철저히 차단하되 원활한 가업상속이 이뤄지도록 가업상속공제요건과 사후관리 요건의 획기적 완화가 필요하다. 이래야 상속세가 기업의 지속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상속기업이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하는 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 2017.06.21.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