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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공약 이행에 성공하려면 박상근 세무사, 경영학박사 17.05.20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공 일자리(81만개) 창출, 교육비 지원, 기초연금 10만원 인상, 아동수당 신설 등 연평균 35조6000억원, 5년간 178조원이 들어가는 201개 공약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으려면 5년 간 평균 35조6000억원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 돈은 2016년 대비 2017년에 늘어난 예산(14조원)의 2.5배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문 대통령은 ‘재정개혁’으로 연 평균 22조4000억원(5년간 112조원), ‘세입개혁’을 통해 연 평균 13조2000억원(5년간 66조원)의 공약 이행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예산은 지출이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경직성예산’이 68% 정도에 달한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전년 대비 7% 정도의 예산을 늘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예산의 경직성이 높고 매년 예산을 늘려야 하는 구조에서 ‘세출 삭감’이라는 재정개혁으로 연 평균 22조4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또한 비과세․감면 축소, 고소득자 과세 강화, 대기업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상 등 세입개혁을 통해 재원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 역대 정부가 비과세․감면 축소를 추진했으나 도리어 늘어났고,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려봤자 늘어나는 세수는 연 3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경기가 위축될 경우 세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러다간 증세 없는 복지로 재임 4년 동안 국가 채무를 183조9000억원이나 늘린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나랏빚을 얻어 나눠주는 복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미래세대의 희망을 빼앗는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래야 빚을 내지 않고 공약을 이뤄 낸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새 정부는 한국의 세수 구조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세수의 95%는 납세자가 자진 납부하는 것이고,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늘어나는 세수는 고작 5% 정도다. 세수는 ‘과세대상(소득)×세율’이라는 산식으로 산출된다. 소득이 늘어나거나 세율을 올려야 세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그런데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4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5.9%)보다 높고, 법인세 최고세율(22%)은 OECD 평균과 비슷하다.

세율이 높고 납세자의 자진납부 세수가 중요한 가운데 공약이행 재원을 확보하려면, 재정․세입개혁과 함께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규제완화로 경제 주체의 활력을 부추겨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래야 일자리와 소득(세원)이 증가되면서 자진납부 세수가 늘어난다, 경기 침체로 납세자의 자진납부 세수가 줄어들면 아무리 증세를 강화하더라도 백약이 무효다. 그리고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특정 계층을 겨냥한 ‘징벌적 세금’의 신설 또는 강화는 금물이다.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자본의 해외 탈출을 부추기고 국민 계층 간의 갈등만 키운다.

새 정부가 피치 못할 사유로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면, 1977년 도입된 후 40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부가가치세율(10%)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부가가치세는 불공평하지만 광범위한 납세자로부터 조세 저항 없이 막대한 세수를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가가치세의 원조인 유럽 국가의 평균 부가가치세율이 20%대 초반이라는 점도 한국의 부가가치세율 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최후의 증세 수단이다.

/ 2017.05.19. 헤럴드경제, 특별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