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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유권자가 되자 | 박상근경영학박사 | 04.07.07 | |
17대 총선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는 어떤 정당과 후보에게 앞으로의 4년을 맡길 것인가를 최종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는 유권자가 자기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이다. 그러므로 ‘유권자가 어떤 잣대를 가지고 투표에 임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이번 선거 초반전에서는 ‘탄핵심판’과 ‘거여(巨與)견제‘가 핵심 이슈(issue)였다. 온 나라가 ‘탄핵찬성’과 ‘탄핵반대’ 촛불시위로 시끄러웠고, 선거 막판인 현재에도 그 여진(餘震)이 남아있는 상태다. 나라는 찬탄(贊彈)과 반탄(反彈)으로 두 동강이가 났고, 과거 어느 때보다 세대간 갈등이 심화됐다. 선거가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정치권에 의한 유권자의 편가르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느 정당 대표는 20~30대의 표를 의식해 60~70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했고, 영남권.호남권.충청권에 지지기반을 둔 각 정당은 표를 얻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한심한 구태(舊態)까지 재현하고 있다. 국민을 편가르기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표를 얻으려는 정당과 후보에게 더 이상 의회를 맡겨서는 안 된다. 이들이 의회를 장악한다면, 세대간.지역간.계층간 갈등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정쟁(政爭)은 계속될 것이다. 국민은 싸움의 정치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유권자는 이번 선거를 화합의 정치를 펼칠 자세가 되어 있는 정당과 후보에게 미래를 맡기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현명한 유권자가 되려면 각 정당이 내 놓은 정책이 실현 가능한 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해야 한다.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장밋빛 공약을 마구잡이로 쏟아 낸다. 유권자는 각 정당이 급조해서 내 놓는 선심정책에 속아서는 안 된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공약은 그 시행과정에서 국민의 세금부담이 늘어나거나 정부부채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거창한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정당과 후보는 아예 안중(眼中)에 두지 않는 것이 현명한 유권자다. 17대 국회 임기동안 해결해야할 최대 국정 현안은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가계와 기업은 물가.실업.유가.원화값 등 신4고(新4高)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탄풍(彈風)과 노풍(老風) 확산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던 다짐을 벌써 잊었는가 보다. 이번 선거는 경제 살리기가 최대의 쟁점임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비젼(vision)을 제대로 제시하는 정당과 후보가 드물다. 정말 아쉬운 일이다. 정치권이 정신을 똑 바로 차리게 할 방안이 무엇인가. 투표를 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과연 ‘누가 수렁에 빠진 우리경제를 살릴 것인가’를 심각하게 따져보고 신중하게 표를 던져야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투표기준은 후보의 사람 됨됨이다. 후보의 사람 됨됨이는 결국 도덕성이다. 유권자는 중앙선관위가 제공하는 후보자의 ‘재산.납세.병역.전과’에 관한 정보공개 자료와 지역구별 TV합동토론회 등을 적극 활용해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가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에는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이 다수 포진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는 부패한 국회의원을 양산하는 주요원인이 됐다. 이제 또 다시 부패하고 무능한 국회를 원하는 유권자는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도덕성이 검증된 깨끗한 사람만 국회에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도덕성이 검증된 깨끗한 후보만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사실, 이는 앞으로 전통적인 선거풍토로 뿌리내려야 한다. 국민을 대표해서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나선 후보는 도덕성에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어야 한다. 미국과 같은 정치 선진국은 도덕성에 조금이라도 흠결이 있는 사람은 아예 공직에 나설 기회를 주지 않는다. 우리는 공직자의 도덕성을 가름하는 잣대가 너무나 느슨한 것이 문제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법을 만드는 공직에 나가서 도대체 어떤 일을 하려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선거에서는 우리 모두가 현명한 유권자가 되자. 그래야만 정치권이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제대로 알고 우리의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 국론을 통합하고 국민을 아우르는 정당과 후보,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구체적 비젼을 제시하는 정당과 후보, 그리고 재산.납세.병역.전과 등 도덕성이 검증된 깨끗한 후보를 우리의 대표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유권자가 되는 길이다. / 2004. 4. 14. 매일경제신문,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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