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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타이밍’이 중요하다 | 박상근경영학박사 | 04.07.07 | |
정부는 그동안 경기 전망에 대해 지나친 낙관주의로 일관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어려운 현실을 과소평가 했다. 경제정책 주무부서인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을 하면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자제해 온 게 사실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대책 수립을 머뭇거린 데에는 경기부양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구조조정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면 한계기업이 도태될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불황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취임 후 정부의 경제현실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고,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지출, 금융, 세제지원 등 케인스 이래 각국에서 널리 써왔던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는 지난 3월 10일 “정부 예산의 54%를 상반기에 조기집행하고 저금리 기조 등 경기회복을 위한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 ∙ 금융정책을 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우리 경제가 유가, 원자재, 물가, 실업 등 ‘4고(高)한파’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을 감안할 때, 때늦은 감마저 든다. 이제 정부는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 타이밍을 놓치는 잘못을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옛말이 있다.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타이밍을 잃지 않은 대처(對處)가 중요함을 일깨우는 경구(警句)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다. 정부가 시장이 왜곡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실기(失機)한 대표적 사례는 부동산시장과 카드문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투기와 신용불량자 발생을 방치했다가 문제가 크게 악화된 시점에서 뒤늦게 대응해 시장실패를 자초했다. 그 결과 부동산가격 거품과 40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가 발생했다. 이는 현재 경제회복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국민이 이에 대한 고통을 떠안고 있다. 최근 내수(內需) 진작을 위해 승용차에 붙는 특소세를 내리는 방안이 정부와 자동차업계에서 신중히 논의되고 있다. 재경부는 겉으로는 특소세 인하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수(稅收)감소가 큰 반면 내수 회복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승용차 특소세 인하 문제를 놓고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철강이나 기계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기 크고, 승용차는 생활필수품에 가깝기 때문에 내수 진작 측면에서 다른 어떤 품목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승용차 특소세 인하 문제는 시장에 불거져 나온 상태다. 그러므로 정부는 승용차 특소세를 내리는 방안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고 법 개정 등 관련 절차를 조기에 마무리 해주기 바란다. 과거와 같이 또 장기간 불확실한 태도를 취한다면, 자동차산업은 물론이고 원자재 등 자동차관련 산업의 손실도 불확실한 기간에 비례해 커진다는 사실을 정부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이번 승용차 특소세 인하문제는 과거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 전반적인 경제정책 집행의 타이밍도 중요한 시점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철강과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이어 국제유가마저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정책은 재정지출 ∙ 세제 ∙ 금리 등 거시경제수단을 동원하는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 아울러 고유가, 원자재 난, 고물가, 고실업에 대한 구체적 로드 맵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신뢰를 얻어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 / 2004. 3. 23. 조세일보,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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