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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되는 눈먼 돈 국가 예산 | 박상근세무사, 경영학박사 | 16.12.21 | |
내년 예산안이 지난 12월 3일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예산(386조4000억 원)보다 3.6% 늘어난 400조5000억 원 규모로서 사상 최대치다. 국정이 어지러운 가운데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평가받을만하다. 하지만 예년과 다름없이 밀실 심의와 쪽지예산이 반복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올해 예산심의에서 ‘최순실 예산’이 최소 1748억원(예결특위 추산)에서 최대 4000억 원 가까이 삭감됐다. 이는 드러나지 않은 예산 낭비가 심각함을 시사한다. 정치권은 삭감 예산 대부분이 쪽지예산으로 실세 국회의원 지역구로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세 국회의원 지역구에 신공항, 도로와 전철 신설 등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는데 수요가 없어 휑한 경우가 많았다. 쪽지예산 등 부실 예산심의가 초래한 대표적 예산 낭비 사례다. 국가기관 곳곳에 숨어 있는 예산 낭비는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 국정감사에선 매년 예산 낭비 사례가 터져 나오고, 복지예산 횡령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럭을 바꾸는 공사가 벌어지고, 국책 연구비는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고 한다. 지자체는 빚을 내 호화청사를 짓고 선심성 축제로 세금을 낭비하면서 지방공기업을 이용한 과잉투자 등 방만한 재정 운영이 심각하다. 심지어 청와대에서도 예산 낭비 냄새가 진동한다. 국가가 혈세를 낭비하면서 야당은 세금을 더 거둬 예산을 늘리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예산 국회 막바지에 야당의 누리과정예산과 여당의 법인세율 인상 반대를 맞바꾸는 것으로 예산 전쟁은 끝이 났다. 국민이 맡긴 예산심의권이 정치적 타협 도구가 됐다. 이 와중에 연 5억 원 초과 소득에 대한 소득세율이 현행 38%에서 40%로 2%p 인상됐다.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소득세 중심국가인 미국(39.6%), OECD 평균(35.9%)보다 높다. 소득세율 2%p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수는 6000억 원, 야당안대로 법인세율을 3%p 인상할 경우 더 들어오는 세수는 4조원 정도다. 연간 세출예산의 1% 남짓하다. 예산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낭비하는 것을 막는 법과 제도를 강화하면, 세율을 올려 확보하고자 하는 세수 4조6000억 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다. 예산의 10%만 줄여도 40조6000억 원의 여유가 생긴다. 구체적으로 함부로 줄일 수 없는 인건비․국방비 등 경직성 예산을 뺀 나머지 160조원의 10%를 줄일 경우 절약되는 예산만도 16조원에 이른다. 한편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성장률이 2% 초반으로 추락이 예상되는 내년에 또 세수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경쟁력 없는 산업과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쳐 한국경제는 소비와 투자, 수출의 빙하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고용절벽이 심화되고 민생은 더욱 어렵게 된다. 대선을 앞두고 민생을 챙겨야 할 정부와 집권당은 자연스럽게 추가경정예산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다. 본예산과 추경으로 세출을 늘려봤자 예산 편성과 집행과정에서의 편법과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한 경기가 회복되고 민생이 나아지지 않는다. 정부의 예산 편성 과정에서의 끼워 넣기와 부풀리기 등 예산 편성권 남용, 국회의 쪽지예산 등 부실 예산 심의, 예산집행 공무원의 횡령 등이 사라지지 않는 한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는 반감한다. 더구나 재정정책에 소요되는 재원을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할 경우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국가채무가 늘어난다. 이런 재정정책은 재정 투입으로 경기를 살리려다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일본의 판박이에 해당한다. 정부와 국회는 세출예산을 늘리기 전에 법과 제도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나랏돈이 줄줄 새는 블랙홀부터 없애야 한다. 이래야 확장적 재정정책이 성과를 내면서 경기가 회복되고 민생이 나아진다. 국정혼란과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기업과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정부와 국회가 민간이 쓸 돈을 세금으로 거둬 권력층이 이를 낭비하면 민생은 더 어려워진다. / 2016.12.13. 서울경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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