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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에 대한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박상근 경영학박사, 세무사 16.10.13
우리 국민은 상속세 하면 부자들이 내는 세금, 증여세 하면 가진 자들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내는 세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상속․증여세는 무조건 강화해야 하고 내려서는 안 되는 세금으로 알고 있다. 정치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세계적으로 높은 상속세율(10~50%)을 인하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바 있다. 하지만 야당이 ‘부자감세’라면서 반대하고, 여당마저 부자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발을 빼는 바람에 상속․증여세 세율인하 법안은 빛을 보지 못했다.

올해 국감에서도 상속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달 7일 더민주 박광온 의원은 지난 2011~2015년 간 145만 6370명이 151조600억 원을 상속받았는데 이 가운데 상속세를 낸 사람은 3만2330명으로서 2.2%에 불과하다면서 상속세 강화를 주문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50%도 안 되는 근로소득자 면세비율은 축소하겠다면서 98%가 세금 안내는 상속세 구조를 정비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다분히 ‘포퓰리즘’ 냄새를 풍긴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주된 이유는 돌아가신 분이 상속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소득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부분을 상속단계에서 거둬들이는 것이다. 이래서 상속재산 형성과정에서 소득세를 제대로 거둬들이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지속적으로 상속세를 내리고 있다. 심지어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도 있다. 소득세를 내고 남은 소득(재산)에 또 상속세를 부과하면 ‘이중과세’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과거에 비해 소득세 납부가 많이 투명해졌다. 상속세를 마냥 중과할 수 없는 이유다.

우선 상속세가 중산서민층의 재산 형성을 방해해산 안 된다. 국세청이 제시한 2011~2015년 상속 자료에 의하면 상속인 1인이 상속받은 평균 재산은 1억 원 남짓하다. 서울 변두리의 집 한 채 값도 안 된다. 현행 상속세법에 의하면 최저한의 상속공제액이 5억 원이다. 상속재산이 5억 원 이하이면 상속세를 안 낸다. 상속인 1인당 상속재산(1억 원) 규모를 감안할 때 상속세 과세미달 98%는 수긍이 가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상속공제액을 낮추는 방법으로 상속세를 강화하면 중산서민층의 재산 형성을 더욱 어렵게 한다.

지금 기업현장에선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있으나마나한 그림의 떡이다.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너무나 까다로워 이를 적용받는 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시정할 적극적 의지가 없고, 일부 야당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한도액을 줄여야한다는 헛소리만 하고 있다. 상속세 때문에 중견기업이 없어지면 기술 축적이 안 되고 일자리가 없어진다. 가업승계는 제2의 창업이다. 가업상속공제요건을 대폭 완화해 해당 기업 모두가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선결과제다.

한편 한국은 소득과 재산 소유의 불평등이 심각하다. 이런 불평등은 중산서민층의 소비를 줄이고 경제가 저성장에 빠지는 원인이 된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상속세제가 부자들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중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여기에 재벌을 비롯한 부자들의 상속․증여세 강화방안이 빠진다면 중산서민층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 2016.10.13.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