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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세수가 늘어나는 아이러니 | 박상근 세무사.경영학박사 | 16.09.08 | |
가계와 기업이 소득 감소로 힘들어하는 불황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세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4년 만에 세수결손(세입이 목표치에 미달)에서 벗어났다. 올 1~6월 국세 수입은 12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조원이 더 걷혔다. 그야말로 세수 대박으로서 나라 곳간만 넘쳐난다. 정부는 이런 세수 추세에 힘입어 내년 예산안을 40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벌써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예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래저래 국민의 등골만 휘게 생겼다.
불황기에 세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2가지다. 세금을 더 걷는 방향으로의 세법 개정과 징세행정 강화다. 이것 말고는 거래와 소득이 줄어드는 불황기에 세수가 급증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세제 정비를 꾸준히 해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근로소득자의 세금계산 시 적용되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세법 개정이다. 이로 인해 고소득 근로자의 소득세 부담이 대폭 늘어났다. 여기에 소득세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3억원 이상에서 1억5000만원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사실상 세율을 인상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정부는 비과세․ 감면 축소, 최저한세(기업이 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 납부해야 하는 세금) 인상 등으로 대기업의 세 부담을 꾸준히 늘려왔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호주․룩셈부르크에 이어 4번째로 높다. 상위 0.5%의 대기업이 법인세의 78%를 낸다. 이런데도 법인세율을 올려야 하는가? 중산서민층이 주로 부담하는 담뱃세도 대폭 늘어났다. 담뱃값이 인상된 2015년의 담뱃세 세수는 10조5340억원으로 2014년 6조9372억원에 비해 3조5968억원(51.8%)이나 늘어났다. 2015년 세수결손에서 벗어나는 데 담뱃세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기대했던 금연 효과는 미미하다. 결과는 흡연자들의 호주머니만 털었다. 정부는 담뱃세를 증세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국세청의 징세행정 강화도 세수 증가에 한몫했다. 국세청은 자체 구축한 통합전산망(TIS)을 활용해 법인세 또는 소득세 신고 때마다 ‘성실신고 안내’라는 명목으로 납세자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국세청의 성실신고 안내 자료를 받아 든 납세자는 지적된 사항을 신고에 반영해 세금을 더 내왔다. 현행 국세청의 성실신고안내제도는 사전 세무간섭 성격이 강하다. 최근 2년간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납세자의 세 부담이 급증했다. 이런 현실에서 세율을 인상하면, 세원(소득 등 과세대상)이 노출된 고소득 근로자․ 대법인 등의 세 부담만 더 늘어난다. 앞으로 세제와 세정은 세율인상을 자제하면서 ‘과세사각지대’에 숨어있는 세원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대표적 과세사각지대로는 ‘주식과 부동산․ 역외탈세․ 재벌의 세금 없는 부의 세습․ 고소득 자영업자의 차명계좌․ 지하경제’ 등이 있다. 각 세법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는 ‘비과세․감면’과 ‘과세미달자’도 점차 줄여 나가야 한다. 이래야 국민개납주의와 공평과세가 실현되고, 무리 없이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2016.09.08.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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