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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박상근 세무사,경영학박사 16.06.30
정부는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썩을 대로 썩은 사법(司法) 분야는 왜 손도 안 되나. 지금 한국에서 가장 썩은 곳이 어디인지, 국민에게 물어보라. 청렴한 법조인에겐 미안하지만 바로 ‘검찰과 사법부(법원)’이다. 국민이 다 아는데 국회와 정부는 왜 눈감고 있는가? 정부는 검찰과 사법 개혁을 방치한 채 개혁을 말하지 말라.

돈 없고 힘없는 국민들이 가장 불평등하게 취급 받고 권위적인 곳이 검찰과 사법부다. 법률소비자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가량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고 했다. 돈이 있으면 무죄로 풀려나지만 돈이 없을 경우 유죄로 처벌받는다. 이것이 국민의 법 감정이다. 재벌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그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1990년 이후 한국의 10대 재벌 총수 중 7명이 모두 합쳐 23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으나, 형이 확정된 후 평균 9개월 만에 사면을 받고 풀려나 현직에 복귀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1988.10.월 소위 ‘지강헌 사건’과 함께 우리 국민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이 사건을 보면, 미결수 12명이 집단으로 교도소를 탈주해 9일 동안이나 서울 시내 이곳저곳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에 사살되거나 자살했다. 당시 사회적 파장이 컸다. 특히 탈주범 중 지강헌(당시 35)은 이런 와중에 운집한 군중을 향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다. 그는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것이 우리나라 법이다”라고 토로했다. 당시 법조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지강헌 사건’이 발생한지 28년이 지났다. 그런데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여전하다. 오히려 더 심해져 곪아터졌다. 구속된 형사 피고인을 풀어주겠다며 100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혐의로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구속됐고, 검찰에 청탁한다면서 비리 투성이 회사 대표로부터 수억 원을 챙긴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구속됐다. 선진국은 철저히 법과 제도로 움직인다. 이런 불로소득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선진국 시각에서 볼 때 정말 황당한 비리 사건이 한국에서 터진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민초들은 공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법조비리 공화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평가한 한국의 사법 신뢰도는 42개국 중 39위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법조비리는 경제 성장과 함께 돈, 권력, 전관예우 등이 어우러져 음성화․대규모화해 왔다. 법조계의 구조적 비리는 대한민국 호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 변변한 사법개혁을 하지 못한 국회와 정부의 책임이 크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부자와 권력자가 합세한 대표적 갑질에 해당한다. 청렴한 법조인의 자존심을 지키고, ‘불평등 해소’ 차원에서 제대로 된 사법개혁이 시급하다. 개혁의 핵심은 ‘전관예우 근절, 고액 수임료 규제’ 등 두 가지다. 사법부는 사건 배당 개선, 판사실로 걸려온 외부 전화 녹음 등 그나마 개혁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듯하다. 국민은 답답하다. 돈 없고 힘없는 국민의 절박한 외침이 들려온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판치는 ‘헬 조선’ 한국에선 내 자식 더 이상 못 키워요, 국회와 정부는 뭐하고 있나.”

/2016.06.30.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