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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계산대 오른 법인세율 | 박상근 세무사, 경영학박사 | 16.06.07 | |
지난 20대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3%포인트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세법은 예산안의 부수법안에 해당한다. 야당에서 국회의장을 맡을 경우 오는 12월1일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으로 법인세법 개정안의 본회의 자동 상정이 가능하다. 이 경우 2야(野)의 공조로 법인세율 인상이 포함된 법인세법 개정안이 올해 말 국회 문턱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으로 당장 대기업이 가장 타격을 받고 복지 지출이 집중되는 중산서민층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내년 12월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법인세율은 경제적 잣대, 세계적 조류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지 야권이 정치적 계산대에 올려놓고 표가 되는 방향으로 재단할 문제가 아니다. 법인세가 경제에 미치는 비효율성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6개국(18%)에 불과하다. 반면 나머지 28개국(82%)이 법인세율을 인하하거나 그대로 유지했다. 그나마 세율을 올린 6개국은 멕시코·헝가리·그리스 등 재정위기에 빠진 적이 있는 나라다. 야권은 우리나라를 재정위기 국가 수준으로 보는 것인가. 지금은 외자 유치,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세계 각국이 법인세율을 낮추는 이른바 ‘조세경쟁 시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3.7%)은 OECD 국가 평균(2.8%)을 웃돈다. 한국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이미 OECD 34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호주·룩셈부르크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그것도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 한국 경제는 2~3%대의 저성장이 고착화했다. 여기에 조선 등 주력산업의 구조조정 먹구름이 드리워 있다. 앞으로 여소야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다. 기업 환경이 사면초가인데 법인세율마저 인상하면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과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 기피를 가속화시켜 일자리와 세수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탐대실이다. 복지재원 조달 방법은 방만한 비과세 감면·축소 등의 세원 확대와 재원 낭비가 심한 보편적 복지를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는 등의 세출 구조조정이 먼저다. 세율 인상은 최후 수단이다. 야권이 법인세율 인상에 앞서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를 방치해놓고 법인세율 인상만 주장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뀌었다. 앞으로 복지재원 조달을 위한 수단으로 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면 소득을 세원으로 하는 소득세·법인세와 소비를 세원으로 하는 부가가치세 중 어느 세목에서 얼마의 증세를 할 것인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한국은 GDP 대비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부담이 현저히 낮은 반면 법인세 부담은 높다. 지구촌 시대에 유독 한국만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 내년 12월 대선에서는 양극화와 불평등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다. 지금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인 미국 대선이 이를 예고하고 있다. 여야는 양극화와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려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법인세율 인상은 대안이 아닌 것 같다. /2016.05.07. 서울경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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