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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박상근 경영학박사, 세무사 15.12.23
기업이 막대한 유보금을 쌓아 놓고 고용• 투자• 배당 등 이익의 외부 환원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최근 몇 년간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기업 이익의 가계 환원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올 3월부터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했다. 이 세제의 적용 대상은 자기자본 500억 원이 넘는 대기업이다. 기업의 당기소득의 80%(제조업 기준) 중에서 고용• 투자• 배당에 쓰지 않고 남은 돈에 10%의 세금을 부과한다.

기획재정부는 이 세제를 도입하면서 “국민 모두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3년짜리 한시법이 도입된 첫해인 올해 가계소득 증가 조짐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계청 가계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소득 증가율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0.7%(전년 동기 대비)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가계소득이 제 자리인 셈이다.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더 심각하다. 올해 3분기 근로소득 증가율은 0.1%(전년 동기 대비)에 그쳤다. 2014년 1분기 5.3%를 기록한 후 6분기 연속 내리막길이다. 경기침체기에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투자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 3분기까지 유•무형자산 취득금액은 936조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에선 정치권이 기업에 우호적이지 못하다. 여야는 노동개혁법과 경제 활성화 관련법 등 사사건건 정쟁으로 맞서 있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그 실적은 미미하다. 노사는 대화를 단절한 채 각자의 길을 가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세계경제도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기업 환경이 사면초가인데 기업소득환류세제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늘리겠는가?

이런 가운데 대기업은 배당과 자사주 취득에 열중하고 있다. 올해 11월 현재 상장사의 중간 배당액은 1조447억 원으로서 전년(4,420억 원) 대비 136.3% 증가했다. 동기간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공시액은 9조176억 원으로서 전년(5조2,112억 원) 대비 73% 늘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상장사가 고용과 투자를 외면한 채, 배당과 자사주 취득에 열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 자금이 배당과 자사주 취득에 집중되면 대주주와 외국인 주주의 배만 불린다. 이는 가계소득과 소비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동 떨어진 길로 가는 것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도입 당시부터 경영간섭이고 이중과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정부가 이런저런 제도로 압박한다고 해서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투자할 기회가 오면 정부가 투자하지 말라 해도 기업은 투자에 나선다. 사업 확장을 해야 할 아이템이 있으면 고용을 늘리지 말라 해도 기업 스스로 고용을 늘린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이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세계 유수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그 임무를 끝내야 한다. 앞으로 또 이름값 못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같은 새로운 규제를 만들까봐 하는 소리다.

/ 2015.12.23.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