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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와 흙수저, 그리고 기부와 세금 박상근 경영학박사 15.12.06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자수성가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 청년들 대부분은 ‘부모가 최고의 자산’이라며 ‘세습 자본주의’를 인정한다. 청년세대들 사이에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뜻의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영어 표현을 확대 해석하는 ‘수저 계급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부모의 재력이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노력하지 않아도 평생 잘 살 수 있는 청년이 ‘금수저’,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나 죽도록 고생해도 신분 상승이 어려운 청년이 ‘흙수저’다.

한국은 부유층 상위 10%의 평균 소득이 하위의 10.1배(2013년)로 OECD 국가 평균 9.6배보다 높을 정도로 소득불평등도가 심각하다. 부동산 등 자산 소유의 불평등은 소득보다 더 심하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불평등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좋은 면도 있지만 지나치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자의 재능과 노력에 따라 생기는 ‘결과의 불평등’은 수긍할 수 있고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청년들이 마무리 노력해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흙수저’를 벗어날 수 없는 ‘원초적 불평등’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계층이동 사다리’가 끊겼다.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청년세대’와 ‘수저 계급론’도 이와 맞닿아 있다. 끊어진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는 근본적 수단은 지속적 경제성장으로 청년들에게 변변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1년 3.7%를 기록한 이래 올해까지 5년 연속 2~3%대의 저성장에 머물러 있다. 우리경제는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제가 1% 성장하면 일자리가 6만개 늘어난다. 경제가 3% 성장해봐야 단순 계산으로 18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2015. 10월 현재 청년 실업자가 31만8000명, 내년 봄이면 또 50만 명의 대학 졸업 청년들이 고용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청년 구직자에 비해 일자리가 턱 없이 부족하다. 취업을 못한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고, 이는 국가적 재앙인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경제가 성장하면서 일자리가 생기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복원된다.

당장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데 따른 ‘청년고용절벽’이 코앞에 와 있는데도, 정치권이 당리당략으로 맞서는 바람에 노동개혁법이 올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정착, 청년고용 확대 등 노동시장 현안이 표류할 게 뻔하다. 대한민국에서 정치권과 노사가 청년들의 희망을 챙겨주는 성숙된 사회는 언제 올 것인가?

한편 ‘기부와 세금’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는 사회지도층의 의무(noblesse oblige)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과 같이 ‘금수저’를 대물림 하지 않는 기부문화가 들불처럼 확산돼야 한다. 이와 함께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높이고 상속세 강화로 부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금수저와 흙수저’의 간극을 기부와 세금으로 좁혀 ‘흙수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 정부와 가진 자가 이뤄내야 할 과제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병이 깊어지면 국가와 가진 자에게 치명상이 될 수 있다. 병은 조기에 치료해야 하고, 그 기회는 마냥 기다려 주지 않는다.

/ 2015.12.04.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