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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확보와 공평과세 | 박상근 세무사,경영학박사 | 15.09.15 | |
세금의 주 목적은 ‘세수 확보’에 있다. 2015년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침체된 경제를 개선하고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 등 조세의 부수 목적인 조세정책 살현에 역점을 뒀다. 2015년 세제 개편으로 연간 늘어나는 세수는 1조 892억 원에 불과하다. 올해 세제 개편안이 세금의 주 목적인 세수 확보에 소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원활하게 세수를 확보하려면, 모든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수평적 공평’에 충실한 세제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근로소득자 면제비율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20% 내외)에 비해 비정상적(48%)으로 높다. 근로자 2명 중 1명꼴로 세금 한 푼 안내는 세제는 올해도 그대로다. 또한 사업자의 30% 정도가 소득세 한 푼 안내는 과세미달자이고,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499만 명)의 35.7%(178만 명)가 연 매출액이 4,800만 원 이하인 간이과세자다. 한 달 매출액이 400만원도 안 되는 영세사업자가 3명 중 1명꼴이라는 얘기다. 부자와 관련된 재산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한 세금은 모두 누진세율로 종합 과세해야 공평과세가 실현되면서 세수가 확보된다. 그런데도 현행 세제에 따르면 2주택 이상인 자산가의 90% 정도가 주택임대소득에 대해 세금 한 푼 안낸다. 올해부터 시행 중인 ‘배당소득증대세제’도 부자와 외국인에게 감면 혜택이 집중된다. 여기에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주로 고소득층이 소비하는 고급시계, 고급가방, 모피, 융단, 보석 등 고가사치품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낮추는 세제가 도입됐다.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이유는 소비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과연 부동산과 주식 부자, 고가사치품 소비자들이 세금이 높기 때문에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일까? 부자들에 대한 세금 감면은 정부가 의도한 정책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면서 세수만 줄이는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수직적 공평’은 소득의 크기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누진세율’로 해결할 문제다. 우리나라 소득세율은 소득이 커짐에 따라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5단계 초과 누진세율(6%, 15%, 24%, 35%, 38%)로 돼 있다. 최저세율 6%는 연 소득 1200만원 이하에, 최고세율 38%는 연 소득 1억5000만원 초과에 적용된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38%)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5.8%)보다 높다. 이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률은 3.6%로서 OECD 국가 평균(8.4%)보다 월등히 낮다. 세율은 높은 데 세수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탈세, 비과세와 감면 등으로 과세대상에서 빠져 있는 세원(소득)이 많음을 시사한다. 세수가 부족한 저성장시대에 불확실한 정책목적을 내세워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등 공평과세를 훼손해선 안 된다. 세율 인상을 자제하면서 고소득층의 재산소득을 중심으로 세원을 확대하고, 과다한 비과세․감면을 줄여나가야 한다. 2015년 세제개편(안)에서 상장주식과 코스닥등록주식의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범위를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세제의 기본원칙인 공평과세를 실현할 수 있는 세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래야 불황기에는 세원과 세수가 함께 줄어들고, 호황기엔 세원과 세수가 함께 늘어나는 경제의 자동안정장치가 작동된다. 이것이 경제 상황에 맞는 규모의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 2015.09.15.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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