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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공개 못할 이유 없다. | 박상근경영학박사 | 04.07.07 | |
도시개발공사의 아파트 분양원가가 공개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다른 공기업과 일반 건설업체의 분양원가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공기업이 분양가의 40%에 해당하는 폭리를 취했으니 일반 건설업체들은 분양가를 부풀러 얼마나 많은 폭리를 취했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건설업체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면서 내세우는 주된 이유는 세 가지다. 곧, 분양원가 공개는 자율시장에 위배되며, 분양원가는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고, 분양차익이 주로 투기세력에 귀속된다는 젓이다. 우선, 분양원가 공개가 자율시장 질서에 위배되는 가? 주택은 시장자율에 의해 공정한 가격이 결정될 수 있는 의류 등 일반 공산품과는 다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평균 수 백대 1이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공급자가 주도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 가격결정권을 건설업체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시장자율에 맡겨 놓으면 경제적 약자인 주택수요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헌법 제119조는 주택건설업체의 주택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해 적정한 가격으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주택시장을 조정하고 규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된 뒤 분양가 상승률을 보더라도 분양가를 시장자율에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하다. 분양가 자율화 이전인 97년 제10차 동시분양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472만원, 그리고 지난해 실시된 제10차 동시분양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1331만원, 아파트 분양가가 6년 만에 무려 2.8배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매년 한자리 수준에 머물렀는데도, 아파트 분양가만 매년 수십%씩 폭등한 셈이다. 둘째, 분양원가가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가다. 기업이 연구개발 등으로 취득한 영업상 비밀을 존중하는 것이 우리 헌법 정신이다. 경영전략에 해당하는 공정개선 방법, 원가절감 비법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면, 공개거부 사유가 되겠지만, 단순히 원가내용을 숫자로 공개하는 것은 영업상 비밀 공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 해석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오히려 건설업체의 경영과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집값의 거품을 빼는 데 기여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 기존 아파트 시세와 신규 아파트 분양가의 차액(최초 분양자의 시세 차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가이다. 정부는 아파트 분양가와 시세의 차액을 건설업체와 분양자 중 누구의 몫으로 할 것인가의 선택에서 ‘분양가 자율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경제적 강자인 건설업체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제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할 때가 됐다. 적정 분양가를 초과하는 금액을 건설업체로부터 환수해 집 없는 서민을 위한 국민주택 건설 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 국민주택규모이하 아파트에 대한 최초 분양자의 시세차익을 집 없는 서민의 몫으로 하는 방안 등을 놓고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하여튼 최초 분양자의 시세차익이 고스란히 건설업체와 투기세력에게 넘어가는 일만은 막아야한다. 아직도 절반이 넘는 가구가 집 없는 설움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분양가 자율화 이후 집값 폭등으로 서민이 평생 동안 벌어드릴 돈을 꼬박 저축해도 내 집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분양가를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분양원가에 적정한 이윤을 보탠 가격으로 분양가가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유도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되살리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주택건설업체는 소비자의 분양원가 공개 요구를 귀담아들어야 할 때다. / 2004. 2. 18. 한겨레신문, 발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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