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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 박상근 경영학박사 15.07.30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국세의 0.83%(2013년: 1조5,865억 원)에 불과하다. 생전에 재산을 물려주는 데 과세하는 증여세까지 포함하더라도 국세의 2.25%(2013년: 4조2,897억 원) 정도다. 국세통계연보에 의하면, 지난 5년(2009-2013년)간 총 상속 건수(피상속인 수) 146만 건 중에 실제 상속세를 납부한 상속 건수는 2만 7,083건에 불과했다. 전체 상속 건수의 1.9%만 상속세를 낸 것이다.

상속세는 부(富)의 재분배 등 조세정책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세금이고, 가진 자들의 '사회적 책임(noblesse oblige)'과 연계돼 있다. 세수가 미약하고 납세자가 소수임에도 상속세를 과소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기업과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은 구체적으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과 세금으로 규율(規律)된다. 미국의 예를 보자. 미 부시 전(前)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상속세가 경기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이중과세’라는 점을 들어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정책을 추진한바 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부자들이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상속세를 폐지할 경우 부자들이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자선단체에 내는 기부금이 줄어들어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미국의 전통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해서다.

성장 과실의 분배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을 구제할 일차적 책임은 물론 국가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예산은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재원은 부족한데 쓸 곳은 많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재벌을 비롯한 가진 자는 이 예산 공백을 세금과 기부로 채워 줄 의무가 있다. 이는 동(同)시대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이행해야 할 가진 자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규모를 감안하더라도 한국 재벌들의 상속재산이 일본 재벌들보다 적다는 통계가 있다. 기업인이 생전에 기업이익의 많은 부분을 기부 등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소득세 등 관련 세금을 제대로 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속재산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인들이 일본 기업인들보다 생전에 기업이윤을 더 많이 사회에 환원하고 세금을 제대로 냈다는 결론에 이른다. 과연 우리 국민이 이를 납득하겠는가.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은 2세에게 비상장주식의 헐값 매각,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저가발행, 전환사채(CB)의 부당 발행, 일감몰아주기 등 세금 없이 부를 대물림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왔다. 또한 부자의 자산소득 중심으로 과중한 비과세‧감면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지하경제, 역외 탈세,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 등 부자의 ‘탈세블랙홀’이 곳곳에 존재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 재벌과 부자들이 생전에 성실 납세로 상속재산이 줄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부의 사회 환원을 촉진하는 기능을 가진 상속세와 증여세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 예컨대 증여세 포괄과세의 실효성 확보, 주식을 이용한 부의 대물림 차단, 차명재산 파악 시스템 구축, 상속․증여재산의 시가 평가 강화 등이 그것이다, 또한 부자들의 생전 탈세액을 세금으로 거둬들여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상속세를 강화해야 한다.

/ 2015.07.30.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