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
---|---|---|---|
비정상 세제의 정상화 | 박상근 세무사, 경영학박사 | 15.06.15 | |
세제의 기본목적은 세수 확보에 있다. 세수 확보는 공평한 세 부담이 전제돼야 조세 저항 없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공평 중 ‘수평적 공평’은 소득이 있는 사람은 모두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즉, 수평적 공평이 달성돼야 국민개납주의가 이뤄진다. 다음으로 ‘수직적 공평’은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매기고,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로 세금을 부과해야 달성된다.
나만 세금을 내고 같은 처지의 내 이웃은 세금을 내지 않는 수평적 불공평, 소득이 많은 내 이웃이 나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수직적 불공평을 줄여 나가야 한다. 이번 근로소득 연말정산 대란도 세 부담의 불공평에서 촉발됐다. 역사상 조세분쟁의 근저에는 항상 불공평이 자리하고 있었다. 공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경구에 ‘사람은 배고픔은 참아도 배아품은 참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는 지난 5월초 원 포인트로 소득세법을 개정했다. 2014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결과, 세 부담이 증가하는 근로자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다. 조세 저항에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세법은 누더기가 됐고, 근로자의 면세비율은 30% 수준에서 48%로 대폭 높아졌다. 한국의 근로소득자 면제비율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20% 내외)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다. 근로자 2명 중 1명꼴로 세금 한 푼 안내는 비정상적인 세제로는 원활하게 세수를 확보하기 어렵다. 국민이면 누구나 능력에 따라 최소한의 세금을 내야하는 ‘국민개납주의’에도 어긋난다. 다음으로 사업자의 세금을 보자. 사업자의 30% 정도가 소득세 과세미달자이고,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499만 명)의 35.7%(178만 명)가 연 매출액이 4,800만 원 이하인 간이과세자다. 한 달 매출액이 400만원도 안 되는 영세사업자가 3명 중 1명꼴이라는 얘기다. 이익률을 10%로 잡으면 월 소득이 40만원으로서, 흔히 말하는 88만 원 청년세대 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비정상도 이런 비정상이 없다. 그리고 자산 관련 세금은 어떤가? 부동산이 가계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주택과 주식은 부(富)의 상징이다. 부동산과 주식 관련 소득에 대한 세금은 모두 누진세율로 종합 과세해야 한다. 그런데도 2주택 이상인 자산가의 90% 정도가 주택임대소득에 대해 세금 한 푼 안낸다. 또한 상장 및 코스닥 주식의 배당 및 양도 소득 대부분이 과세대상에서 빠져 있다. 부자들에 대한 비과세․감면을 점차 줄여 나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세제는 거꾸로다. 세제의 기본 원칙인 ‘공평’에 비춰볼 때, 현행 세제는 총체적으로 비정상이다. 불공평 세제는 성실납세를 저해함에 따라 재원 확보를 어렵게 한다. 앞으로 세제 개편은 세율 인상보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관련 소득을 중심으로 세원을 확대하고, 과다한 비과세․감면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유통과정을 문란하게 하고 고소득자영업자가 탈세 수단으로 악용하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의 폐지도 시급한 과제다. 여기에 세원을 갉아 먹는 지하경제, 차명거래, 역외탈세 규모를 줄이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세제를 정상화해야 국민이 세제와 세정에 순응한다. 그리고 공평과세와 국민개납주의가 이뤄진다. / 2015.06.15. 서울경제, 포럼 |
- 이전글바람직한 세제개혁의 방향 1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