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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개납주의, 헌신짝 아니다 박상근 경영학박사 15.06.04
우리나라 헌법 제38조에는 ‘납세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소득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소위 ‘국민개납주의(國民皆納主義)’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민의 구체적 납세의무를 규정하는 세법에는 비과세․감면 등 과세 특례가 너무나 많다. 이는 국민으로 하여금 세금은 안내도 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정부는 2014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결과, 세 부담이 증가하는 근로자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지난 5월초 근로자의 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했다. 이렇게 임기응변식, 땜질식 대응으로 세법은 누더기가 됐고, 근로자의 면세비율은 30% 수준에서 48%로 대폭 늘어났다. 근로소득자 2명 중 1명꼴로 세금 한 푼 안내게 됐다. 한국의 근로소득자 면세비율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20% 내외에 비하여 너무나 과다하다. 국민개납주의를 ‘헌신짝’으로 아는 대한민국 재정의 앞날이 걱정된다.

여기에 사업자의 30% 정도가 소득세 과세미달자이고,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499만 명)의 35.7%(178만 명)가 연 매출액이 4,800만 원 이하인 간이과세자다. 한 달 매출액이 400만원도 안 되는 영세사업자가 3명 중 1명꼴이라는 얘기다. 이익률을 20%로 잡더라도 한 달에 버는 소득이 88만원 세대에 못 미친다.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166만원)에도 턱 없이 부족하다. 간이과세제가 국민개납주의를 허무는 주범인데도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주택과 주식은 우리 가계에 있어 부(富)의 상징이다. 먼저 부동산과 주식 관련 소득에 대한 세금은 모두 누진세율로 종합 과세해야 한다. 이것이 공평과세와 국민개납주의에 부합하는 길이다. 그런데도 부자인 주택임대소득자 대부분이 세금 한 푼 안낸다. 또한 상장 및 코스닥 주식의 양도소득 대부분이 과세대상에서 빠져 있다.

견고한 납세의식은 제2의 세원이고, 국가 자산이나 다름없다. 창출된 국부와 세율이 동일하더라도, 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국민이 많은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에는 세수 규모에 차이가 난다. 근로소득자의 절반이 과세미달자이고, 세금 안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납세 풍토에서 복지국가 달성은 요원하다. 복지는 국민개납주의를 전제로 한 성실 납세자의 세금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은 3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5.8%)보다 높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3.6%로서 OECD 평균(8.7%)에 비해 월등히 낮다. 세수는 ‘과세표준(과세대상의 평가액)×세율’의 산식으로 산출된다. 세액의 크기가 과세표준과 세율의 크기에 달려있는 구조에서, 소득세 세율이 높은데도 세수 비중이 낮다는 것은 과세대상에서 빠져있는 소득(세원)이 많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앞으로의 세제 개편은 세율인상보다 주식․부동산 등에서 발생하는 자산소득을 중심으로 세원을 확대하고, 과다한 비과세․감면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고소득자영업자의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의 폐지도 시급한 과제다. 여기에 지하경제, 차명거래, 역외탈세 규모를 줄이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 이래야 세원이 늘어나고 국민개납주의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2015.06.03. 헤럴드경제, 경제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