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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반시장 정책 박상근 경영학박사 15.04.15
가계소득 증진을 위해 재계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던 정부가 제계의 반발로 이를 이루지 못하자 이번엔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내수를 살리려면 가계소득을 늘려야 하는데, 월급을 올리지 못한다면 지출이라도 줄여줘야 한다는 논리다. 교육부(사교육비), 미래창조과학부(휴대전화 요금), 국토교통부(자동차부품 값)를 중심으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도 가세했다. 그리고 정부는 올해부터 기업이 당기 소득을 임금 인상이나 투자 등에 쓰지 않고 사내에 쌓아두는 사내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했다. 임금 인상과 투자를 소홀히 하는 기업을 옥죄기 위한 세제다.

기업 국유화를 비롯한 사회주의 정책으로 침체에 빠졌던 칠레 경제는 1975년 자율과 개방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 뒤 성장 가도를 달려 왔다. 이제 남미 경제 성장의 모델로 평가받을 정도다. 반면 남미에서 비중이 큰 브라질, 아르헨티나 경제는 속절없이 추락하는 중이다. 브라질은 복지 포퓰리즘에 빠져 성장률이 2013년 2.5%에서 지난해 0.1%, 올해도 0.3%(예상)에 그칠 전망이다. 한때 성장률이 연 10%를 넘었던 아르헨티나 역시 통제 경제의 페로니즘에 갇혀 있다. 성장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다.

결국 ‘경제 자유’ 여부가 칠레와 브라질․아르헨티나 경제의 운명을 갈랐다. 자유경제 연구 학자인 미국 시카고대 하버거 명예교수도 칠레 경제개혁의 성과에 대해 “시장 경쟁과 경제 자유화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했다. 그는 “노동 투입량 증가, 자본이익률 상승도 성장을 이끌어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순비용 절감”이라며 “경제 자유화로 기술적 진보, 노동생산성 향상, 경제 효율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정부는 그 원인을 소비 침체로 인한 내수 부진으로 보고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해 온갖 정책과 수단을 동원 중이다. 정부의 가계소득 늘리기 정책과 수단이 재계에 인금 인상 요구, 기업에 가격 인하 압박,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 징벌적 세금 부과 등 직접적으로 경영에 간섭하는 반시장적 정책인 게 문제다.

국내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정부가 반시장적 정책으로 기업을 옥죄면 기업은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이는 외국기업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카고대 하버거 교수의 진단과 같이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한 ‘경제 자유화’로 기업을 마음껏 뛰게 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회 균등을 보장하고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들어 주는 데 그쳐야 한다. 임금은 경쟁력과 관계돼 있고 기업의 주요 비용이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을 기준으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기업경영 간섭에 나선 것은 ‘경제 자유’를 주로 기업소득 늘리기에 이용한 기업의 책임도 크다. 기업은 인재 육성과 기술 개발로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고 잠재성장률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렇게 해서 늘어난 이익은 근로자와 중소기업에 공정하게 배분돼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근로자가 상생해야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 더불어 일자리와 세수가 함께 늘어나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

/ 2015.04.09. 서울경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