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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질하는 민간임대주택 활성화정책 박상근 경영학박사 15.03.24
전월셋값 폭등과 전세의 월세전환으로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올해 주택정책 방향을 '민간임대주택 활성화'에 맞췄다. 과거 정부부터 민간의 매입․건설임대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규제완화와 세제․금융지원책이 시행돼 왔다. 현 정부도 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혜택을 늘리는 한편, ‘준공공임대주택’과 ‘소규모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새로이 도입했다.

준공공임대주택은 매입임대주택의 확장 판으로 2013년 말 도입됐다. 임대료를 연 5% 이하로 인상 등 공공성을 지키면서 준공공임대주택을 10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 소득세(법인세) 50% 감면, 양도소득세 100% 감면, 재산세 75% 감면 등 대폭적인 세금혜택이 주어진다. 여기에 저리의 매입 및 개량 자금지원도 있다. 그리고 연 임대료수입이 2,000만원 이하 소규모 임대사업자는 2014년부터 2016년 소득까지 3년간 임대소득세 한 푼도 안내도 된다. 2017년 이후부터는 높은 경비율을 적용 소득금액을 낮출 수 있고 14%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각종 혜택을 쏟아 부어도 제도권 하에서 임대사업을 하겠다는 개인이나 기업은 많지 않다. 주택임대사업자등록제가 시행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지난해까지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9만 여명으로서 이들이 등록한 임대주택 수는 공공임대 포함 170만여 가구로 전체 임대가구(약 770만)의 22%에 불과하다.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준공공임대주택 등록자도 지난해 10월 현재 94명, 등록 임대주택은 451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그동안 주택임대시장을 조세 및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해 온 정책 당국의 책임이 크다. 관련법에 따르면 주택임대사업자는 등록하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오히려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합쳐 연 수백만 원의 새로운 부담이 생긴다. 자발적으로 호랑이 굴로 들어갈 바보는 없다. 정부가 주택임대 관련 세금과 건보료는 내지 않아도 된다는 시장의 인식을 불식시키지 않는 한, 등록 임대사업자는 늘어나지 않고 시장 정상화는 백년하청이다.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의 신고자료, 확정일자 자료, 월세소득공제 자료 등을 활용해 전월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주택임대사업자가 매년 납부할 소득세를 계산해 이들이 정부 정책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소득세를 감면하는 게 공평하고 효율적이다. 예컨대 전월세 내용을 성실히 신고하고 8년 이상 임대한 경우 연간 전월세 인상률이 5% 이하이면 70%, 10% 이하이면 50% 감면, 10% 이상이면 감면을 해주지 않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고 사적 이익만 챙기는 불성실 임대사업자까지 무차별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헛발질 정책’은 세금만 축내고 임대주택 활성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택임대사업자로부터 추가로 거둬들인 세금은 서민월세지원제도인 ‘주택바우처’ 확대 자금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래야 주택임대사업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고, 공평과세가 이뤄진다. 또한 반시장적인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폭등하는 전월세에 맞닥뜨리고 있는 집 없는 서민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 / 박상근

/ 2015.03.24.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