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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부자세금 아니다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5.03.09 | |
복지재원 확보방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서로 상반된 주장으로 맞서 있다. 여당은 현행 법인세율을 유지하면서 경제 활성화로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야당은 ‘부자증세’의 일환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려 부족한 복지재원에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인세가 부자세금이라는 야당의 시각은 잘못됐다. 법인과 법인소득, 법인세의 본질을 잘못 본 것이다. 법인은 실체가 아니다. 돈을 투자한 주주들이 영업활동 목적으로 도입한 도관(導管)에 불과하다. 법인이 벌어들인 수익은 임금, 이자, 재화 및 서비스 대가로 지출하고 나머지는 주주가 배당으로 가져간다. 법인소득을 법인의 것으로 볼 수 없는 주요 이유다. 법인세는 형식적으로 법인이 부담하는 것 같지만, 실제 부담자는 법인의 수익 창출에 기여한 노동자, 채권자, 소비자, 주주 등 모든 국민이다. 실제 세(稅) 부담자로 따질 때, 법인세는 부자세금이 아니다. 그리고 법인소득이 배당되면 주주에게 소득세가 과세된다. 동일소득에 법인세와 소득세가 이중과세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주의 배당소득세를 계산할 때 법인세를 공제한다. 그러므로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대한 만큼 세수가 늘어날지는 불분명하다. 법인세의 속성은 첫째,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에 부과되므로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둘째, 소득세가 부과되는 소득에 이중과세되며, 셋째, 부자세금이 아니다. 이런 법인세의 특수성 때문에 세계 대부분 국가가 낮은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진정으로 부자증세를 하려면 법인소득의 실질 귀속자인 주주, 특히 대주주를 대상으로 소득세를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엄청난 배당소득을 챙기는 대기업의 대주주, 외국인 주주의 배당관련 소득세 부담을 덜어주는 ‘배당소득증대 세제’를 올해부터 도입했다. 전형적인 ‘부자감세’다. 이러면서 성실 납세자인 유리지갑 근로자에겐 세금폭탄을 안겼다. 이런 세 부담의 불공평이 시정되지 않는 한 월급쟁이들의 조세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세율 인상에 앞서 세원을 확대해야 경제에 미치는 비효율을 최소화하면서 ‘세수’를 늘릴 수 있고 ‘세 부담의 공평’이 확보된다. 세원확대는 부자의 ‘탈세 블랙홀’을 없애는 게 최우선 과제다. 구체적으로 국세의 14.3%(연 33.6조원)에 달하는 비과세․감면, 차명계좌․지하경제․간이과세제 등 ‘과세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야권이 법인세율 인상에 앞서 해결해야 할 이런 과제를 방치해 놓고 법인세율 인상만 주장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뀌었다. 지금은 경기침체기이고, 세계 각국이 법인세율을 낮추는 ‘조세경쟁 시대’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3.7%)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8%)을 웃돈다. 한국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OECD 32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 호주, 룩셈부르크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이런 여건에서 법인을 부자로 보는 포퓰리즘적 시각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는 정책은 조세이론, 세계 추세, 현실 적합성 등 모든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야권은 법인세 인상이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켜 일자리와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소탐대실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 2015.03.9. 서울경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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