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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관련 규제, 대폭 풀어야 한다 | 박상근세무사 | 04.07.07 | |
우리 이웃에는 ‘나눔’의 손길을 기다리는 그늘진 곳이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의하면 IMF 경제위기 후 빈곤층이 두 배로 급증, 도시가구 10가구 중 1가구가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으로 월수입 1백5만5천원)에 미달하는 ‘절대빈곤층’이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기초생활보장대상자 130만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450만명이 빈곤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부유층이 오늘의 부(富)를 누릴 수 있기까지는 빈곤층의 희생이 어느 정도 뒷받침됐다고 봐야한다. 기업과 부유층이 기부를 통해 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진 빚을 갚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가족동반자살.이혼율급증 등으로 공동체의 최소 구성단위인 가정의 붕괴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무의탁노인 등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과 부유층이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도 소외계층을 돕는 기부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 최대의 국제회의 다보스( Davos)포럼의 올해 핵심 화두도 “나눔"이었다. 세계화 흐름에서 뒤 처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사회 구성원을 함께 끌고 가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언론과 시민단체의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모금 등에 시민의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세계 각 국가와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과 국민이 소외계층 돕기에 적극 나서는 바람직한 일이 전개되고 있는데, 정부만 팔짱을 끼고 있어도 되는가. 기업과 개인이 기부로 소외계층을 돕는 일은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하는 것이다. 정부도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환경 조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각종 법과 제도에 묵여 있는 기부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 기부문화를 확산시켜 자선단체 등이 공익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직도 지난 1950년대에 제정된 ‘기부금품모집금지법’으로 기부를 규제하고 있는데, 이 법은 행정자치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기부금풍을 모집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기부금품 모집 허가건수가 연간 10건도 되지 않는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법에 명시된 허가조건과 절차가 현실에 맞지 않고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얘기다. 공익단체가 공익활동을 하는데 커다란 제약요인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법과 제도가 기부를 장려해도 부족할 텐데 오히려 규제해서야 되겠는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는 단체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한편,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는 단체는 신고로서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는 방향(신고제)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현실에 맞고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다. 현행법은 기부금품모집은 엄격히 규제하면서도 그 사용에 대한 사후 관리.감독은 거의 방치하고 있다. 주객(主客)이 전도된 행정의 표본이다. 일부 단체가 기부금품 사용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기부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얺는 행위다. 그러므로 모집된 기부금품이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선결과제이다. 기부금품의 사용처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부에 대한 세제지원을 넓혀 나가야 한다. 먼저 기부자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익단체를 확대해 줘야한다.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민간단체’와 같은 비 법인 단체에 기부한 경우도 세제지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 기부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이 개인은 10%인 반면, 법인은 5%로 법인이 불리하다. 기부에 대한 세제지원에 있어 법인을 불리하게 대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법인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10%로 인상하는 것이 공평과세원칙에 맞는다. 이제 정부는 기부를 규제대상으로 본 1950년대 ‘기부금품모집금지법’ 제정 당시의 시각을 버려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 기부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기부가 국민생활의 일부로 자리할 정도로 기부문화가 활성화돼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27일 국무회의에서 ‘기부금품모집금지법’에 대해 외국의 입법사례를 검토, 현행법이 타당한지 여부를 검토할 것을 내각에 지시했다. 이 지시가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 2004. 1. 31. 한국경제, 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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