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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보다 복지 구조조정이 먼저 박상근 경영학박사 14.11.19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상복지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이 대표는 “우리부터 솔직해져야 한다”면서 “각종 선거 때 야기된 ‘무상복지 세례’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언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대선에서 여야가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쏟아 낸 무상복지가 오늘날 재정 압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 온 가운데 정치권에서 나온 반성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현재 여야, 정부와 지자체, 시․도 교육감 간에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재원 분담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각하다. 작금의 갈등과 혼란은 정치권이 표만 바라보고 재원대책 없이 무상복지를 남발할 당시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당시 후보)은 매년 33조7000억 원, 4년간 134조8000억 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복지를 공약했다. 이 중 현재 도입된 것은 무상보육(연 8조원)과 기초연금(연 7조원) 정도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도 일부 지자체장과 교육감은 ‘복지 디폴트’를 거론한다. 아직도 4대 중증 질환 건강보험 보장 강화, 고교 무상교육, 소득연계 반값 등록금 등 도입해야 할 복지공약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경제가 저성장 및 세수 부족과 맞닥뜨리고 있는 가운데 복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 재정이 단 기간에 이 많은 복지 재원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해결책은 두 가지,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가 그 것이다. 먼저 복지 대상과 순서에 대한 구조조정 후, 증세가 올바른 순서다. 재원을 낭비하면서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은 경기침체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현행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대부분 보편적 무상복지에 해당한다. 재원 낭비가 심하고 전달 과정에서 누수 되는 돈이 많다. 예컨대 재벌 총수 손자에게도 공짜 점심을 주고, 수백억 원의 재산가인 전업 주부 가정에도 종일제 보육료를 지급한다. 연 수십억 원의 고액 소득자에게도 공짜 지하철 표를 나눠 준다. 국민소득이 우리의 3배에 달하는 미국도 이런 무차별적이고 낭비적인 무상복지는 하지 않는다.

복지 선진국마저 보편적 복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선택적 복지’로 돌아섰다. 스웨덴은 1947년 도입한 보편적 기초연금을 1998년 폐지하고 빈곤층에 대해서만 최저생계비에서 모자라는 차액만 국가가 지원한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역시 65세 이상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선별적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줄곧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 오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12년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복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리스는 국민이 선거 때마다 복지를 늘려주겠다는 정당에 표를 몰아주고, 정치권은 유권자를 의식해 증세를 하지 않고 나라 빚으로 복지를 늘리다 ‘국가 디폴트’ 위기에 내몰렸다. 대한민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복지는 재정건전성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도입해야 지속 가능하다. 이를 위해 정치권이 복지를 매표(買票)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총예산 대비 복지예산 비율을 실정법으로 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복지 구조조정을 정치권에 맡겨선 백년하청이다. 빚으로 복지를 늘리면서 공짜인 것처럼 호도하는 정치권을 국민이 나서서 표로 심판하고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

/ 2014.11.18. 서울경제,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