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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히든 챔피언’에 답 있다 박상근 경영학박사 14.11.12
독일의 지난 10년간 국민 1인당 수출액은 15만3936달러로, 2위보다 두 배가량 많은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이는 대기업이 많아서가 아니다.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중견·중소기업의 수출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삼성, 현대 등 주력 대기업의 수출마저 떨어지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독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히든 챔피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중소기업이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하는데 비해 한국은 19%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히든 챔피언 수는 총 2,734개로, 이 가운데 독일이 1,307개로 가장 많다. 그 뒤로 미국(366개), 일본(220개), 오스트리아(116개) 순이다. 우리나라는 23개로 13위다. 히든 챔피언 육성은 정부의 창조경제 성공과 맞물려 있다. 또한 대한민국이 저성장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으로 가는 열쇄가 될 수 있다.

먼저, 전문성 있는 강점분야에서 한 우물 파기 경영을 해야 한다. 독일은 각 제품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중견기업, 즉 히든 챔피언이 유달리 많다. 독일기업은 전통적인 강점분야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로 시장을 선도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산업생태계의 근본 문제는 너도나도 같은 업종에 뛰어드는데 있다.

퇴직자들이 음식업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착각해 무턱대고 창업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자영업 폐업건수가 794만 건에 이를 정도다. 사정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정부와 정치권의 자영업자에 대한 무차별적 지원도 한몫했다. 히든 챔피언으로 클 수 있는 잠재력과 기술력이 있는 기업,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기업인이 성공하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각종 정책 자금과 지원금이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가 되는 이런 풍토에선 히든 챔피언이 뿌리 내릴 수 없다.

특정분야에 집중하다보면 시장이 작아질 수 있지만, 이런 약점을 독일 히든 챔피언은 글로벌화를 통한 수출 증대로 보완했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은 ‘고객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는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경쟁 우위를 지켜냈다. 이제 한국의 중견·중소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연구개발(R&D)과 인재양성’에 경영의 중점을 둬야 한다. 이래야 중견·중소기업이 해외시장을 개척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대학진학률 80%는 아무리 생각해도 과다하다. 독일은 기술전문대학과 산업계가 연계해 학생들이 기업 현장에서 기술을 습득해 바로 취업하는 이른바 ‘도제식 기술교육’이 활성화돼 있다. 독일에선 중견·중소기업의 기술 명장(明匠)이 대기업 대졸자 화이트칼라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장인(匠人)이 대접받는 풍토가 조성돼야 히든 챔피언이 늘어난다.

히든 챔피언 탄생을 가로 막는 법과 제도도 고쳐야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상속세 최고세율(50%)과 터무니없이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요건이 장수가족기업, 히든 챔피언 탄생을 가로막는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 즉 ‘피터팬 증후군’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중견·중소기업이 히든 챔피언으로 크는데 있어 최대 애로 사항인 자금과 기술력 부족, 인재난 등 ‘3중고’를 해결하는데 가지고 있는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 2014.11.12.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