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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딜레마, 증세 없는 복지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4.10.07 | |
지금 대한민국은 ‘증세 없는 복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연 평균 33조7000억원이 들어가는 134조8000억원짜리 복지를 공약한바 있다.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원확대로 세수 50조7000억원을 늘리고, 나머지 84조1000억원은 세출절감으로 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소위 ‘증세 없는 복지공약’이다.
하지만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지난해 8조5000억원의 세수가 덜 거쳤고, 올해도 약 10조원 정도가 펑크 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로 상당기간 세입예산 대비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사정이 이런데 어떻게 연 12조6750억원, 4년간 50조7000억원의 세금을 더 거둔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총 세출의 64%가 인건비 등 삭감하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인데다 세출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세출구조가 이런데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연 21조원, 4년간 84조1000억원의 세출을 절감한다는 것인가.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세금을 더 거두지 않고 복지를 늘리면 재정적자가 커지고 미래 세대가 부담할 나랏빚이 늘어난다. 과중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경제위기에 대응할 능력을 떨어뜨린다. 내년 예산안에도 이런 구조적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년 복지예산은 115조5000억원이다. 총 예산에 대한 비중이 사상 처음 30%대를 넘어섰다. 올해 대비 내년 세입예산 증가율이 3.6%인데 비해 복지예산 증가율(8.5%)은 이의 2배가 넘는다. 내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1% 수준인 33조6000억원에 달하고, 국가부채는 43조1000억원이 늘어난다. 나랏빚으로 복지를 늘리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연금과 의료비를 중심으로 복지지출이 급증하는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고령화시대에 복지재원 문제는 서민을 대상으로 한 ‘우회 또는 간접 증세’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로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증세방안을 찾아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계속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내 ‘복지와 증세 딜레마’에 빠져 국정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국민이 국내총생산(GDP)의 30~40%대에 달하는 세금을 내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재정건전성과 고(高)복지를 유지하면서 유럽 재정위기에도 끄떡없이 버티고 있다. 반면에 조세부담률이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은 인기영합주의 또는 표를 얻기 위해 세금을 적게 거두고 빚으로 복지를 늘리다 재정위기에 내몰렸다. 조세부담률(19.3%)이 낮은 가운데 복지를 늘려야 하는 우리나라는 남유럽 국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제 정부는 국민과 정치권이 동의하는 ‘복지와 증세 로드맵’을 내놓기 바란다. 또한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복지를 늘리는 것을 규제하는 소위 ‘재정준칙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부가 정공법으로 세수를 늘리지 않고 ‘꼼수증세와 적자국채 발행’으로 복지를 확대한다면, 대한민국은 미래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한국경제를 ‘고(高)부채와 저성장’의 늪에 빠뜨린다. 이는 국민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이나 다름없다. / 2014.10.07. 헤럴드경제, 경제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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