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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공감하는 증세를 하려면 박상근 경영학박사 14.09.25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던 박금혜정부가 늘어나는 복지비에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증세’에 나섰다. 이를 두고 찬반이 뜨겁다. 복지에는 공짜가 없다.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함은 당연하다. 이제 정부와 국민은 ‘복지=세금’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고, 부족한 복지재원을 누구로부터 어떻게 거둘 것인지를 고민할 때다.

첫째, 세율 인상에 앞서 세원(과세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세수는 ‘과세대상×세율’로 계산된다. 이 중 세율을 경쟁국보다 높게 유지하면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조세저항에 부닥친다. 반면 세원을 확대하면 공평과세를 실현하면서 세수도 확보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법인세는 투자유치, 국제경쟁력,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함부로 법인세율을 올려선 안 된다. 더구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은 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9%)을 웃돈다. 그러나 GDP 대비 소득세 부담률은 3.6%로서 OECD 국가 평균(8.4%)에 비해 월등히 낮다. 이는 소득세 최고세율(38%)은 OECD 국가 평균(35.8%)보다 높은데 비해, 탈세와 비과세‧감면 등으로 과세대상(세원)에서 빠져나간 소득이 많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증세는 세율인상보다 고소득층 중심으로 과세대상을 넓혀 소득세 비중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

부가가치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면 연 5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또한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율(10%)이 유럽 국가의 평균 세율(20%대 중반)보다 월등히 낮은 것도 세율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소비'에 과세되는 부가가치세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세 부담을 지는 '역진성'이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조세저항 없이 막대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효율성이 최대 장점이다. 앞으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세율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부가가치세가 최적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간접세보다 직접세 증세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증세는 세 부담이 소득에 역진적인 간접세인 담뱃세, 소득의 크기와 관계없이 부담금액이 일정한 주민세, 자동차세 등 서민증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증세순서가 잘못됐다. 직접세인 소득세 위주로 증세를 강화해야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

셋째, 고소득층의 탈세를 막고, 비과세‧감면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고소득층이 차명계좌, 간이과세제도, 지하경제를 이용해 탈세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정비에 나서야 한다. 특히, 느슨한 과세 망으로 인해 과세대상에서 빠지거나 분리과세 되고 있는 주식양도소득, 배당소득, 채권관련 소득, 부동산임대소득 등 고소득층의 재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복지를 계속 늘리려면, 일방적이고 편협한 방법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증세에 나서야한다. 국민 전체의 공평한 세 부담과 재정건전성을 고려한 장기적인 증세방안과 증세순서를 떳떳하게 국민과 야당 앞에 내놓고 이들을 설득하고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일방적이고 편협적인 방법으로 서민 호주머니를 쥐어짜는 ‘꼼수증세’는 국민과 야당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앞으로 세제개편안의 국회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2014.09.23.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