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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재분배 기능 잃은 세제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4.08.21 | |
한국은행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가장 취약한 국가에 속한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진 소득세가 세율은 높은 반면 탈세, 과다한 비과세ㆍ감면으로 세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개인소득세 부담 비율(2010년)은 3.6%다. 미국(7.7%), 일본(5.4%), 독일(9.3%), 영국(10.4%) 등 주요 선진국보다 월등히 낮고, OECD 회원국 평균 비율(2010년) 8.7%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둘째, 선진국에 비해 사회복지지출이 낮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2009년)은 9.4%다. OECD 30개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그러나 복지지출 증가율은 1980년 이후 20년간 연평균 16.6%로 OECD 평균의 3.2배에 달한다. 이런 추세로 인해 올해 복지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고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대에 올라섰다. 재정지출의 소득재분배 개선 효과는 높아지고 있는데, 재원 확보 과정에서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세제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소득이 부자 또는 대기업에 집중된다. 이는 소비성향이 높은 중산서민층 가계의 소득이 줄어들어 소비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올해 세제개편안도 마찬가지다. 가계 소비를 늘리려는 정책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주택과 주식은 우리 가계에 있어 부의 상징이다. 주택 위주의 부동산이 가계자산의 70%를 차지한다. 주택과 주식 관련 소득에 대한 세금은 모두 누진세율로 종합 과세해야 소득 집중 현상이 개선된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주택임대소득 과세 현황에 의하면 부자인 주택임대소득자 대부분이 세금 한 푼 안내고 있다. 여기에 새로이 제정될 ‘주택임대소득 선진화세제’에서도 이런 불공평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새로 도입될 ‘배당소득증대세제’는 그야말로 부자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다. 그 혜택을 받는 대상은 상장주식을 보유한 주주다. 대부분 상장회사 주식의 60% 이상을 대주주와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 배당소득증대세제는 대주주와 외국인에게 막대한 세금 혜택을 안긴다. 세금으로 부자들의 배만 불리면서 소비는 늘어나지 않고 국부의 해외 유출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현행 세제에는 부자들의 탈세 블랙홀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 지하경제, 금융소득과 자산소득을 위주로 한 과중한 비과세‧감면이다. 정부는 이런 탈세 블랙홀을 그대로 두고 공평과세나 가계소득증대세제를 논하지 말라. 가계의 소비가 늘어나고 이것이 기업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려면 부자의 탈세 블랙홀을 없애는 방법으로 세제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이 투자해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계 소득과 소비가 증가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해외투자를 막는 시대 역행적인 ‘기업소득환류세제’로 기업을 옥죄는 정책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왜 기업이 해외로 떠나는지 진정 모르는가? 경쟁국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해외투자의 10%만 국내로 유치해도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 2014.08.21. 서울경제, 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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