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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유보금 과세 신중해야 박상근 경영학박사 14.07.27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논의가 한창이다. 과다한 사내유보금을 투자, 배당, 임금인상으로 유도해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발상이다. 우리 경제는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부진으로 수년째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 그나마 저성장의 과실마저 일부 수출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집중돼 대부분 중소기업과 서민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소비를 늘리기 위한 정책 수단이 절실하다는 최 부총리의 논리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조세의 기본원칙에 맞지 않고 효과가 불투명한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세제를 정책 수단으로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첫째, 기업은 사업 활동을 해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세금(법인세)을 낸다. 세금을 내고 난 소득 중 일부를 주주에게 배당 하고 남은 소득이 ‘사내유보금’이다. 이런 사내유보금에 또 세금을 부과한다면 분명 ‘이중과세’에 해당한다. 또한 사내유보금에 과세된 법인세는 이 유보금을 배당받는 주주의 소득세에서 공제된다.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면 세수 증대 효과는 없으면서 기업의 투자 자금을 줄여 투자를 억제하는 부작용만 낳는다.

둘째, 기업이 사내유보금 모두를 현금으로 쌓아둔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기업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10대 그룹 81개 상장사(금융사 제외)를 조사한 결과 올 1분기 말 사내유보금은 515조9000억원으로서 최근 5년 동안 배 가까이 늘어났다.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그룹으로 182조4000억원, 현대자동차그룹이 113조900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회사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내유보금의 대부분은 토지, 건물, 기계설비, 재고자산, 지적재산권 등 사업용 자산에 이미 투자돼 있다. 사내유보금 중 현금 비율은 15~20%에 불과하다.

셋째,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면 사업기회 포착, 인수합병(M&A) 대비 등 미래의 비상 경영에 대비할 현금자산이 줄어든다. 이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해치고 기업 경영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1990년대 우리나라는 자본금 50억원을 초과하는 비상장 대법인과 기업집단에 속하는 비상장법인의 적정유보소득을 초과하는 사내유보금에 25%의 세금(추가 법인세)을 부과한 바 있다. 이 세제는 정부의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 유지에 악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2001년 폐지됐다. 이제 또다시 사내유보금에 과세한다면 13년 전에 ‘유물화된 세제’를 다시 꺼내 드는 우(愚)를 자초하는 것이다.

국내 투자환경이 안정되고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정부가 말려도 기업은 투자에 나선다. 현재 한국의 투자환경은 주요 경쟁국에 비해 뒤진다. 지난 10년간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는 1269억 달러에 그쳤지만 국내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2910억 달러에 달했다.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의 2배가 훌쩍 넘는 수치다. 해외투자의 10%만 유턴(U)해도 27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게 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규제완화, 고급 기술인력 양성, 세제지원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면 기업에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해 오히려 국내투자와 소비를 줄이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사내유보금 과세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이유다.


/ 2014.07.24.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