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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온상 차명계좌 규제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4.06.03 | |
지난 5월 2일 차명계좌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금융실명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오는 1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그 내용은 재산은닉, 탈세 등의 목적으로 다른 사람 이름으로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또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있는 금융자산은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한다. 차명계좌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금융거래실명법이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차명계좌 천국이다. 우선 차명계좌는 고소득 전문직과 대규모 자영업자가 매출을 숨겨 탈세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그리고 재벌을 비롯한 부유층의 편법ㆍ불법적인 증여ㆍ상속과 비자금 조성에 광범위하게 이용됐다. 부자와 재벌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를 보면 어김없이 차명계좌와 차명재산이 드러난다. 차명계좌는 탈세 외에 다양하게 불법과 탈법에 동원돼 왔다. 부자들은 배우자ㆍ자녀ㆍ친인척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예금을 분산 예치함으로써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또 예금과 주식 등 금융자산을 차명계좌로 분산해 연금 대상자가 아닌 부자가 연금을 타내기도 했다. 뇌물, 마약, 밀수, 주가조작 등 불법에도 어김없이 차명계좌가 이용됐다. 차명계좌는 불법과 지하경제의 주범이었다. 지금까지 차명계좌에 숨긴 재산이나 소득이 드러나도 별다른 불이익 없이 차명계좌 사용으로 이득을 본데 대하여 세금 등을 토해내면 끝이었다. 금융실명거래법상 차명계좌 사용에 대한 아무런 처벌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명계좌 사용에 따른 불이익보다 이익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차명계좌 사용을 부추긴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앞으로 금융계좌를 빌려주거나 빌리는 사람은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차명계좌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설 경우 상당한 세 부담과 형사처벌 및 고액의 벌금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사람은 돈을 때일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이제 차명계좌 사용은 이득보다 손실이 막대한 위험한 위법 행위가 됐다. 차명계좌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차명계좌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법 집행과 법원의 균형 잡힌 법해석과 적용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미 사용 중인 차명계좌에 입금된 자금에 대해 증여추정 규정을 적용해 증여세를 과세할 게 아니라 당사자에게 세 부담과 처벌 없이 이를 정리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 유예기간이 지난 후에 차명계좌에 남아 있거나 새로이 입금되는 자금에 증여세를 과세하고 처벌하는 것이 신뢰 이익 보호와 소급과세 금지 원칙에 맞는다. 이래야 차명계좌 사용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면서 지하경제가 줄어들고 세수가 늘어난다. 앞으로 계좌를 빌려 준 사람이 차명계좌에 들어 있는 돈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소송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차명계좌 규제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차명계좌가 탈세, 마약․밀수 등 각종 불법에 동원된 경우 불법이익을 철저히 국고로 환수하는 한편, 불법에 동원된 자금도 국고로 환수하거나 명의자의 것으로 보는 판례가 정착돼야 차명계좌 규제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 / 2014.06.03.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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