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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지 않는 사회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4.05.13 | |
우리는 기업으로부터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는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라는 말을 수 없이 들어왔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사실은 기업에게 고객은 왕이 아니고 돈 벌이의 대상일 뿐이었다. 정부와 정치권에 있어 국민은 주인이 아니라 세금을 꼬박꼬박 내 국가 곳간을 채워주는 돈 줄에 불과했다. 그 많은 세금은 다 어디로 가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인력과 장비가 그토록 허술한가.
이제 이 땅에 살아남은 우리들은 세월호 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안전 대한민국을 만드는 방향으로 ‘사회·국가시스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비롯한 국민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사회와 국가 각 분야에서 국민과 공무원이 의무를 다하고 책임지는 법과 제도 구축이 제일 먼저다. 세월호 참사는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선원들의 무책임이 빚어낸 인재다. 이들이 침몰하는 배에 끝까지 남아서 각자의 의무를 다했더라면 이런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배가 침몰하는데도 선박직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 방송만 남기고 구조선으로 선장과 함께 제일 먼저 탈출했다. 이러고도 책임을 통감하는 승무원은 없다. 다음으로 관피아(기업과 관료의 유착)를 뿌리 뽑아야 한다. 기업 윤리의식을 아무리 강조해도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은 탈법과 비리를 저지르게 돼 있다. 관리감독권을 쥐고 있는 공무원마저 기업과 유착해 이를 눈감아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직간접 원인이 된 선박 불법개조, 화물 과적, 평형수(平衡水) 문제, 안전교육과 훈련 소홀 등이 탐욕적인 기업과 무책임하고 부패한 관료의 유착에서 비롯됐다. 안전관리감독권을 가진 공무원에 대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도 무책임과 부패를 부추겼다. 1993년 292명이 사망한 서해훼리호 사건 때 안전점검일지를 허위로 작성했던 군산해운항만청 공무원 4명은 전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1년 전에 일어난 서해훼리호의 사고 원인과 대처 방법이 세월호 참사에서 그대로 재연됐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백화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도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두 달 전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에서도 15명이 기소됐으나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입법 활동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치권도 국민 생명보호와 안전관리에 의무를 다했다 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표와 관련된 복지법 제정과 복지예산 늘리기에 몰두하면서 국민의 생명 및 안전 관련법 제정과 재난관리예산 확보에는 무관심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국회에는 여러 건의 국민 생명과 안전 관련법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기업, 관료, 정치권의 무책임과 부패의 합작품이다. 기업, 관료사회, 정치권 등 대한민국 곳곳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무책임과 부패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무책임과 부패의 사슬을 끊지 않으면. 제2,제3…의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와 국가 각 분야에서 국민과 공무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의무를 다하고 책임지는 사회·국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관건이다. / 2014.05.13. 서울경제,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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