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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조업의 경쟁력, 어디서 나오나 박상근 경영학박사 14.05.13
독일 제조업은 유럽 전체 제조업 부가가치의 30%를 차지하며 세계시장 수출점유율로도 3위를 기록 중이다. 세계적 명품 자동차 메이커 BMW, 폭스바겐, 다임리벤츠가 독일 기업이다. 수많은 부품소재 중소기업이 세계시장 점유율 1~3위를 기록하며 독일 제조업을 이끈다. 이와 같은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까.

첫째, 지속적 연구개발(R&D) 투자다. 세계에서 R&D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회사는 독일의 폭스바겐이다. 2012년 기준 R&D 투자순위로 본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독일회사가 41개사이고, 한국기업은 13개사에 불과하다. 또한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독일은 6.5%로 한국(3.1%)의 2배를 넘는다. 독일 R&D의 심장은 독일 전역에 구축된 300여개의 ‘산업클러스터’이다. 정부가 클러스터의 밑그림을 그리고 나면, 기업은 산·학·연 네트워크를 통해 자생적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 왔다.

둘째, 기업경쟁력의 원천, 기술인재 양성이다. 독일에서는 60%의 중·고교생들이 학교와 현장이 결합된 형태의 직업교육(Dual System)을 통해 전문기술을 습득한다. BMW는 매년 800여명의 인턴을 훈련시킨다. 이들은 자동차 개발, 제작, 정비 등 12가지 전문 직무별로 기술을 전수받고 졸업 후에 동 분야에 취업한다. 대부분 독일 기업이 이런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75%다. 중고교에서는 대학입시위주의 암기식·주입식 교육이 이뤄진다. 현장과 동떨어진 교육을 받은 대학 졸업생의 절반 정도가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대학문을 나선다.

셋째, 노사안정에 의한 높은 생산성 유지다. 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독일의 노동생산성은 세계 1위, 한국은 8위다. 한국의 시간당 생산성은 32.3달러(30위)로 독일(57.4달러, 7위)에 훨씬 뒤질 뿐 아니라 그리스(32.8달러, 29위)보다도 낮다. 다임리벤츠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상생의 노사합의를 이뤄냈다. 기업이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근로자는 근로시간과 임금인상을 양보하는 방식이었다. 경기침체 속에서 한국의 노사는 통상임금, 시간선택제 일자리,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 중이다.

넷째, 가족 중심 경영의 장수기업이다. 기업의 평균 수명은 20년인데 독일에는 무려 1500개가 넘는 200년 이상의 장수기업이 존재한다. 이중 상당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3위를 기록 중인 강소 중소기업(히든 챔피언)들이다. 장수기업의 이면에는 가족경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독일정부는 가족경영을 부의 대물림으로 보지 않고 상속 후 일정기간 고용유지 조건만 이행하면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현행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여기에 터무니없이 까다로운 가업상속요건이 장수가족기업 탄생을 가로막는다.

다섯째, 강점분야 한 우물 파기 경영이다. 독일은 각 제품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유달리 많다. 특정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우량기업이 미국, 일본 등에 비해 4~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기업은 전통적인 강점분야의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로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 160년 역사를 가진 지멘스는 전통적인 전자기기 공학 기업이다. 전자부문 기술 역량에 집중하여 최초의 진공청소기, 인공심장박동기 등 가전제품과 의료기기를 넘나들며 획기적인 전자기기를 개발해왔다. 기술 선도로 시장 자체를 창조하여 진출하지 않은 전자제품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이며, 현재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복합기업(Conglomerate)으로 분류된다. 지멘스는 민관이 함께 추진 중인 제조업에 ICT기술을 접목하여 4차 산업혁명을 이루겠다는 인더스트리 4.0에 발맞추어 스마트 팩토리 개념을 도입해 공정을 고도화하고 있다. 제조업 주도권에서 두세 걸음 경쟁국을 앞서는 독일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국 제조업의 추격이 턱밑까지 온 가운데 우리나라는 10여 년째 신수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 늦기 전에 R&D 투자와 기술인력 양성, 노사안정 등 독일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품소재 분야 중심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하는 방법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2013.05.13.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